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 기로에 선 포스코가 노사교섭을 재개한다. 사측은 글로벌 철강 업황 악화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이날 오후 포항 본사에서 제7차 본교섭을 열고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가 오는 9일을 파업 예정일로 정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교섭은 파업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광양제철소 8개 부서와 포항제철소 10개 부서를 대상으로 연장근로도 거부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열연·선재·후판공장의 가열로 운전·정비 인력 등 연속 조업에 필요한 일부 인력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1.5% 인상과 격려금 250만원, 복지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 상주업무몰입 장려금 및 근속축하금 인상 등을 제시한 상태다.
사측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 6967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포스코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2조252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967억원으로 69.07% 급감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2조9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32.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811억원에서 3558억원으로 38.7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5.01%에서 올해 상반기 3.28%로 1.73%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재무 부담도 확대되는 추세다. 포스코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9조220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9조8363억원으로 6161억원 증가했다. 반면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은 크게 줄면서 실적과 현금흐름 간 격차가 커졌다.
투자와 차입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에 1조2155억원을 집행했다. 비유동 장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9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6조8486억원으로 약 7565억원 늘었다.
금융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금융비용은 9649억원에 달했다. 향후 대규모 현금 유출이나 추가 차입이 이어질 경우 이자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포스코의 재무 여력은 그룹의 미래 사업 투자와도 맞물려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이자 주요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철강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은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포스코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노무 비용 부담과 생산 차질까지 겹칠 경우 그룹의 투자 재원 확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기존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철강·리튬·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기존 주력 사업인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Steel Outlook 2026’에서 세계 철강 과잉생산능력이 2025년 약 6억4000만톤(t)에서 2028년 7억4500만t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업황 속에서 포스코그룹은 철강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차전지 소재와 리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수산화리튬 가격 약세 등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아르헨티나 염호 투자와 전남 율촌산단의 리튬 공장 가동 등 자원 내재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 염호 광권 인수부터 1단계 사업이 완료된 2024년까지 포스코아르헨티나에 총 1조5105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단계 사업에도 약 2조25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이차전지 소재와 리튬 등 미래 사업에 총 16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자원 확보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전날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제47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연례 합동회의에 한국 측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호주의 자원과 한국의 첨단 제련·가공 기술을 결합한 공급망 강화를 제안했다. 팀 에어즈 호주 산업혁신장관, 돈 패럴 통상관광장관과도 잇따라 만나 포스코그룹이 호주에서 추진하는 철강·리튬·에너지 사업에 대한 호주 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요구안에 따른 비용 부담과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과 판매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와 현금흐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는 녹록지 않은 경영 여건의 현실에 대해 노동조합을 비롯한 직원들과 지속 소통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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