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이어 ‘백기’ 든 설탕… 슈가플레이션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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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당업체 3사가 B2B 설탕 제품 가격을 내달부터 인하해서 적용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당업체 3사가 B2B 설탕 제품 가격을 내달부터 인하해서 적용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 제당업체 3사가 B2B 설탕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인하된 가격은 내달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설탕 가격 인하가 가공식품 등 국내 식품업계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인하 가격 내달부터 적용… “물가 안정 기조 동참”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 3사가 B2B(기업 간 거래) 설탕 제품 가격을 약 4%가량 인하한다. 인하된 가격은 내달 1일부터 적용될 방침이다. 지난 25일 정부가 제당업계에 설탕 가격 인하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의 국제가격은 최근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원당의 국제가격은 지난해 11월 최고점(최근 10년, 27.9¢/lb)을 기록한 이후 16일 기준 18.9¢/lb로 안정된 모양새다.

최근 정부는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할 것을 지속 요청해 왔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훈 차관 주재로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가격 인상‧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로 가격이 인하된 부분도 있다. 올해 3월에는 CJ제일제당 등 국내 제분업체는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내린 바 있다. 오뚜기의 경우는 4월부터 식용유(5%)에 대해 가격을 인하했다.

다만 총선 이후 식품업계 전반에선 가격 인상 흐름이 확산된 바 있다. 치킨‧초콜릿류‧올리브유‧김 등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정부가 지속 식품업계에 가격과 관련된 압박을 넣는 데는 최근 줄줄이 이어진 가격 인상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잇따라 인상된 먹거리 가격… 정부, 고삐 죌까

농식품부는 물가 점검 회의를 통해 “그간 정부는 일부 식품기업의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어려운 물가 여건을 감안해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면서 “특히 누적된 경영비 부담과 일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기업들과 수십차례 소통해 인상 시기 이연, 인상률‧인상품목 최소화 및 인하품목 발굴 등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업계서도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 할인행사 등을 통해 하반기에도 식품‧외식 물가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 압박에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 상승 영향으로 고가에 구매한 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고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경영비 부담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가격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가공식품·외식 분야 물가 안정을 위해 업계와 소통을 확대하고, 애로사항에 대한 해소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특히 6월 말 종료 예정인 농산물과 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 관세 연장 및 신규 적용, 외국인 근로자(E-9) 시범 도입 조건 완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산물 14개 및 설탕을 포함한 식품 원재료 37개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는 연말까지 적용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국제 설탕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설탕 가격지수는 117.1포인트로 전월대비 7.5% 하락했다.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25.5%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162.7포인트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설탕 가격은 안정된 모양새다.

이러자 업계서는 설탕 가격 변동이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다만 올해도 원유가격 협상에 따라 원유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점, 국제 밀 가격 및 초콜릿 등 타 원재료 가격이 여전히 높은 추세인 점 등으로 미뤄보아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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