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의 ‘안전경영’ 무색… HD현대 현장서 커지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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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HD현대그룹은 올해 HD현대중공업에서만 3건을 비롯해 5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 HD현대
HD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HD현대그룹은 올해 HD현대중공업에서만 3건을 비롯해 5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 HD현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그룹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 및 중대재해 여부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앞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른 데다 이번에도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고강도 감독 중 노동자 사망… 노조 “2인 1조 작업 또 묵살”

HD현대중공업의 공시와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사업장 내 종합복지시설인 한우리회관 기계실에서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정확한 사망원인 등은 현재 관할 고용노동청과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측은 공시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상 중대재해 해당 여부는 공시일 현재 기준 불분명하다”며 변동 사항 발생 시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앞서 HD현대그룹 차원에서는 물론 HD현대중공업 내에서도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감독에 착수한 가운데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나 중대재해 해당 여부를 떠나 이미 심각한 안전상 문제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으로 확인되더라도 노동자를 홀로 배치하면서 비상대응 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올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3건의 사망사고에서도 노동자는 혼자였다. 위급한 순간 곁을 지킬 동료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근본적 문제인 작업방식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31일 오전 한우리회관 앞에서 추모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고용노동부의 고강도 감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고용노동부의 고강도 감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 HD현대중공업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이후 ‘HD현대 세이프티 포럼(Safety Forum)’을 개최하고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새 안전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사업장 내 안전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의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시스템·문화·기술을 세 가지 핵심 전략 축으로 하는 중점 추진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HD현대그룹은 이 같은 안전 비전과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우선, 그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HD현대중공업에서만 3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엔 잠수함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졌고, 지난 7월엔 일주일 새 2건의 끼임사고가 잇따르며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또한 지난 6월엔 HD현대삼호에서 노동자 1명이 끊어진 홋줄에 맞아 사망했고, 지난 7월엔 HD현대엠앤에스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고로 숨졌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은 7월까지 발생한 그룹 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5건에 달한다. 심지어 HD현대중공업에선 ‘특별 안전기간’ 중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기선 회장이 안전을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던 점에 비춰보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행보다.

한편, 이번 노동자 사망 사건은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 국면 속에 HD현대중공업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엔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이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며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달 2일부터 부분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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