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치폴레의 국내 상륙을 앞두고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의 멕시칸 푸드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치폴레가 내달 1일 서울 강남에서 국내 진출을 공식화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쿠차라는 지난 27일부터 치폴레 매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 하림 계열 오드그로서·멕시칸 브랜드와 협업한 ‘K-MEX’ 팝업스토어 운영에 들어갔다.
치폴레가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 맞춰 쿠차라가 인접 지역에 팝업을 연 것은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등판으로 멕시칸 푸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할 시점에, 치폴레를 찾는 고객 동선을 겨냥해 자사 브랜드를 동시에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번 팝업에서는 멕시코식 수직 회전 그릴 ‘트롬포’에서 구워낸 직화 알파스톨 타코를 비롯해 하림 양념소스를 활용한 치킨볼 등 한정 메뉴 5종과 전통 증류주 화요를 활용한 하이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기존 메뉴 대신, 한국 식재료와 멕시칸 조리법을 결합한 ‘K-MEX’로 차별화를 꾀한 것. 팝업은 오는 9월 30일까지 운영된다.
◇ 익숙함으로 승부하는 치폴레 VS 선점 효과로 맞서는 쿠차라
치폴레가 국내 시장에서 먼저 겨냥하는 층은 유학이나 해외 경험을 통해 멕시칸 푸드에 익숙해진 2030세대다. 북미에서만 3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치폴레는 신선한 식재료, 푸짐한 양, 소비자가 재료를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앞세워 성장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만큼 개점 초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쿠차라는 치폴레의 공백기를 타개하며 국내 시장을 일궈온 토종 주자다. 대한제분그룹 계열 외식기업 보나비가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와 함께 운영하는 쿠차라는 지난 2017년 강남역에 1호점을 냈다.
현재 강남·삼성·광화문·여의도 등 주요 오피스 상권과 코엑스·잠실·판교·수원 등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부리또·부리또볼·타코의 베이스와 고기, 살사 등을 소비자가 조합하는 방식을 적용해 외식업계에서는 ‘한국의 치폴레’로 통했다.
이 때문에 치폴레의 상륙은 쿠차라에 단순한 신규 경쟁자 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독주해 온 국내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시장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원조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지점은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다. 멕시칸 푸드는 아보카도·라임·할라피뇨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재료 비중이 커 원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기존 시장에서는 볼 메뉴 하나에 과카몰리를 추가할 경우 한 끼 가격이 1만5000원~1만8000원에 육박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 높았다.
치폴레가 북미 특유의 푸짐한 양과 브랜드 파워를 국내 가격 정책에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기존 브랜드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보나비의 실적 지표를 보면 멕시칸 푸드를 둘러싼 시장 환경의 단면이 드러난다. 대한제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보나비가 속한 식음료 부문의 2026년 반기 매출은 512억14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14억56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평균 판매 단가 하락과 원두, 유제품 등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

보고서에서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저가형 선호 현상과 가치 소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의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가 압박과 소비 양극화 속에서 치폴레와의 가격·품질 경쟁은 쿠차라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치폴레의 입성이 쿠차라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형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 자체가 멕시칸 푸드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치폴레 1호점에 집결한 낙수 효과가 인근 매장으로 분산될 수 있는 데다, 타코와 부리또가 대중적인 한 끼 식사로 완전히 안착할 경우 오피스 요충지에 인프라를 구축해 둔 쿠차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쿠차라가 이번 팝업에서 내세운 ‘K-MEX’는 정통 북미 스타일을 고수할 치폴레와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요소다. 한국인 입맛에 맞춘 고추장·간장 기반 양념과 한식 식재료를 접목해 독자적인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 헬시플레저 트렌드 타고 커지는 시장…‘3파전’ 구도
과거 멕시칸 음식은 사워크림이나 고수 등 특유의 향신료 향과 비싼 가격 탓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밥·단백질·채소를 한 그릇에 균형 있게 담아내는 구성이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간편식 선호 현상과 맞물리며 주류 외식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 구도 역시 다자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KFC코리아는 지난해 9월 ‘타코벨 더강남’을 오픈하며 브랜드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연내 추가 출점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40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치폴레까지 공식 합류하면서 국내 멕시칸 외식 시장은 기존 로컬 레스토랑 중심에서 패스트캐주얼 기업 간의 거대 쟁탈전으로 재편되고 있다.
치폴레는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검증된 주문 시스템을, 쿠차라는 9년간 축적한 국내 운영 노하우와 오피스 상권 거점, 한국형 메뉴 개발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여기에 타코벨의 공격적인 출점까지 더해지면서 가격과 품질, 브랜드 경험을 둘러싼 강남 한복판의 타코 대전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타코와 부리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치폴레의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게 강력한 위협인 동시에, 멕시칸 외식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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