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파업 여부를 결정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감하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 확보 요건을 갖춘 가운데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올해 임단협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 공유’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교섭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5일 오전 6시 30분부터 조합원 약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이날 오후 1시30분 마감했다. 개표는 오후 5시 30분 시작될 예정이며, 통상 결과 확인까지 1~2시간가량 소요되는 만큼 최종 결과는 이날 오후 8시께 나올 전망이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 24일 HD현대중공업 노사에 대한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중지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과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투표 역시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기본급 월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상여금 100%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 최소 30% 공정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이 같은 요구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올해 크게 개선된 실적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9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조2485억원으로 53.7% 늘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 상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된 순현금은 2조7260억원으로, 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약 2.4배 증가한 4조550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사측은 조선업의 사업 특성상 현재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업은 수주부터 설계·건조·인도까지 통상 2~3년 이상이 소요돼 현재 실적에는 과거 수주 당시의 선가와 원가 조건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실제로 최근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도 2021~2022년 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고가 선박들이 최근 본격적인 건조·인도 단계에 들어선 결과다. 업계에선 지금의 실적 호조가 특정 연도의 경영 성과라기보다, 과거 수년치 수주 사이클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인 만큼 단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배분 비율을 고정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가 변동성도 실적에 부담 요소로 꼽힌다. 선박 건조 원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철강업계와의 협상 등에 따라 변동할 수 있고, 조선업 인력난에 따른 외주비와 인건비 상승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변동할 수 있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업황 악화에 대응할 재무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할 경우 지급 규모도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올해 HD현대중공업 영업이익 전망치 3조5607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30%는 약 1조682억원에 달한다. 노조 자체 전망치(3조6280억원)를 적용하면 재원 규모는 약 1조884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사측과 추가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노조가 4차례 전면 파업과 11차례 부분 파업을 벌인 끝에 임단협을 타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및 선박 인도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로 도크가 사실상 풀가동되고 있는 만큼 부분적인 생산 차질이라도 선박 건조 및 인도 일정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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