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834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장민영 기업은행장의 해외법인 내부통제 관리·감독 책임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부 플랫폼을 통한 원리금 회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수개월간 이어진 이상 징후를 자체적으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고 책임을 현지 거래 상대방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해외법인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내부통제 책임은 현지법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이사인 은행장이 전사적인 내부통제를 총괄 관리하고, 각 임원은 맡은 책무에 따라 내부통제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본점 차원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책임 판단의 핵심이 된다.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감독하는 이사회 역시 책임 범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장 행장이나 본점 경영진의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업무의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조치를 지시·점검했는지가 관건이다.
◇ 외부 플랫폼 통해 원리금 회수…사고 키운 구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차주들에게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기업은행이 대출금을 직접 집행했지만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은 제3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였다.
사고는 이 같은 원리금 상환 구조를 외부 플랫폼이 악용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플랫폼은 차주들이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보내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환계좌를 임의로 변경하고 실제 돈을 보내지 않은 채 상환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전산정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차주들은 돈을 갚고도 미상환·연체 상태로 처리됐고 기업은행 역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다만 외부 플랫폼을 통한 대출과 원리금 회수 방식 자체가 중국에서 이례적인 영업 방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나라별로 금융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비즈니스 형태에도 차이가 있고, 해당 방식 역시 현지 금융당국의 허가 아래 이뤄지는 비즈니스 방식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은행이 동일한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기업은행이 이런 방식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쟁점은 외부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 같은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기업은행이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있다.
◇ 7개월간 이어진 사고…“매일 대조”했는데 왜 못 잡았나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중국법인에서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로 833억76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현재까지 손실 예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 인지 과정에서 내부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은행은 의원실 질의에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제 사고는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입금되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처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개월 동안 문제가 이어졌지만 자체 점검으로 사고를 포착하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중국 금융기관 5곳이 이미 지난 3~4월 해당 플랫폼을 협력기관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거래 중단이라는 위험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기업은행이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면 외부 거래처에 대한 위험관리와 모니터링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고 이후 기업은행은 차주들이 해당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상환금액을 조회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고 발생 이후 기존 업무 구조를 보완한 셈이다.
◇ 책무구조도 적용…본점·행장 관리책임도 따져야
이번 사고는 책무구조도가 적용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사고의 책임 범위를 따질 때는 현지법인의 사고 발생 여부뿐 아니라 본점 임원과 은행장이 중국법인의 해당 업무를 어떻게 관리·감독했는지,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어떻게 감독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외부 플랫폼을 통한 원리금 회수 과정에서 차주의 실제 상환 여부를 확인하거나 외부 플랫폼의 상환계좌 변경을 통제하는 등 별도의 위험관리 조치를 시행했는지가 관건이다.
성수용 한국금융인재개발원장은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라고 해서 내부통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활동과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영업 관행이라 해당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사고 개연성이 높은 업무인 만큼 강화된 내부통제 활동이 필요하다”며 “본점도 중국 법인이 이런 통제를 갖추도록 지도·감독하고 점검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 원장은 책무구조도에 대해서도 “사고가 났으니까 책임지는 제도가 아니라 평상시에 사고 가능성을 점검하고 개선하라는 게 기본 정신”이라며 “사고를 막기 위해 평소 어떤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했는지 기록과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지시하고 감독한 기록이 있다면 감경이나 면책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런 활동 자체가 없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구체적인 내부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기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며, 내부통제 절차를 지속 점검·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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