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발표 직후 오히려 급락했다. 11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환원 규모도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고, 특히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5000원(8.88%) 내린 25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5만55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우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삼성그룹 계열사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 ‘사상 최대’ 110조원인데 왜 급락했나…높아진 시장 눈높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주주환원 규모를 약 90조~110조원으로 제시했다. 국내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존 연간 최대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의 5배를 웃돈다.
절대적인 규모만 보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시장 눈높이가 이미 11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약 380조원, 잉여현금흐름(FCF·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뺀 실제 여유 현금)은 약 263조원으로 추산됐다.
기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원칙인 FCF의 50%를 적용하면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규모가 최대 15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주가가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황에서 실제 발표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 핵심은 총액보다 ‘소각’…잔여 60~80조원은 아직 미정
이번 주주환원안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90조~110조원 가운데 실제로 얼마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하느냐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3분기 말 30조원 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나머지 60~80조원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월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은 크게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나뉜다. 배당은 주주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인 반면, 자사주 매입·소각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여 없애는 방식이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총 주주환원 규모보다 실제 자사주 소각 규모가 주가 재평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생명·화재 지분율 10%가 변수…보통주 소각에 제약
자사주 소각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삼성전자 특유의 지분 구조도 변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각각 약 8.51%, 1.49% 보유하고 있다. 합산하면 약 10%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인 반면 삼성전자 보통주 발행주식 수가 줄어 두 회사의 상대적인 지분율이 올라간다.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10% 한도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이 10%로 맞춰져 있어 보통주를 추가 소각할 경우 양사 지분율이 금산법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분 구조와 금산법 문제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잔여 주주환원 재원 가운데 배당에 더 많은 비중이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내년 1월 확정될 잔여 주주환원 약 70조원 중 상당 부분은 배당으로 집행될 전망”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을 약 10조~20조원으로 추정했다.
자사주 소각에서는 보통주보다 우선주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주 유통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 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금산법상 10% 한도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 주주환원의 핵심 대상인 보통주 소각이 제한될 경우 보통주 투자자가 체감하는 주주환원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 계열사 배당수익도 확대…2027~2029년 ‘600조원’ 환원 여력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은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의 배당수익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 규모가 2026년 약 1조7600억원, 2027년 최대 4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30조원 현금배당을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예상 배당액을 각각 2조5500억원, 4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다시 주주들에게 배당할 경우 삼성물산 등으로 현금이 추가 유입되는 ‘배당 순환’ 효과도 가능하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특별배당에 대해 재배당할 경우 삼성물산의 관계사 배당수입도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삼성물산 목표주가를 기존 45만원에서 55만원으로 상향했다.
다만 증권가의 시선은 이번 주주환원안에서 끝나지 않고 2027~2029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FCF의 50%인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차기 3개년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3년간 삼성전자는 최소 600조원 이상의 주주환원 재원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주환원 규모는 기존 3개년(2024~2026년) 대비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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