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연어에서 추출한 ‘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성분이 재생의학, 화장품, 건강식품 등 분야에서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PDRN이란 연어, 송어 등 어류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DNA의 단편 조각이다. 주로 연어의 정소에서 추출되는데 세포재생, 치료, 미백, 발모 등 목적에 활용되는 기능성 소재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 다수 업체와 매체에서는 PDRN의 DNA가 인간과 95~97% 수준으로 유사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대광고 및 마케팅용 과학 용어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사실인지 과학적 관점에서 검증해 보고자 한다.
[검증 대상]
연어에서 추출한 PDRN 성분은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
- 여러 제약사 및 이너뷰티업체 보도자료 및 다수 언론 매체 보도
※ 해당 주장은 다수 언론 보도와 업체 홍보자료 등에서 확인됐으나, 특정 매체 및 업체에 대한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 검증 대상의 출처와 링크는 직접 게재하지 않는다.
[검증 이유]
모든 생물은 늙는다. 하지만 이를 거슬러 ‘재생’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는 강력하다. 최근 수많은 항노화·재생의학기술이 연구되고,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항노화(抗老化)’ 열풍 시대다.
이 가운데 주목도가 가장 높은 재생의학·항노화 트렌드는 ‘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성분이다.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진 PDRN은 화장품·건강식품·제약 시장 전반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때 수많은 관련 업체가 PDRN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인간 DNA와 매우 유사한 성분’이라는 것이다. 각 업체들은 PDRN이 95~97% 수준으로 인간 DNA와 구조적 유사성을 공유, 인간 세포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아 흡수·작용력이 뛰어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상품 홍보성 보도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과대광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로 PDRN은 인간 DNA와 95~97%의 유사성을 지닐까. 국민 건강과 소비자의 올바른 정보 판단을 위해 사실 검증 한다.
[검증 방법]
- PDRN 및 생물 유전자, 유전체 관련 국내 정부출연 연구기관 과학자 및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 단장,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소장, 허성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원, 김혜영 한국뷰티직업인협회 부회장이다.
- PDRN 관련 연구논문 및 학술자료 분석했다.
- 생물 유전학 개론 관련 학술자료를 분석했다.
[검증 내용]
◇ 연어와 인간 DNA, 비슷한 건 ‘재료 비율’뿐
실제 연어·송어에서 추출한 PDRN은 인간 DNA와 유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문가들은 ‘연어 PDRN이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는 표현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 단장은 ‘시사위크’의 질문에 대해 “전체 게놈(Genome)’에서는 당연히 50% 미만일 것”이라며 “20~30%도 일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연어 DNA와 인간 DNA 가진 ‘염기성분’의 비율, 즉, ‘염기조성비(base composition)’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DNA는 당과 인산, 염기가 결합한 ‘뉴클레오타이드’가 이어진 물질이다. 이때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아데닌(A)·티민(T)·구아닌(G)·사이토신(C) 네 종류다. 이들 네 염기가 전체 DNA에서 각각 차지하는 비율을 염기조성비라고 한다.
실제로 염기조성비 관점에서만 보면 연어 DNA와 인간 DNA는 유사하다. 1951년 컬럼비아 대학교 의대 생화학과 연구진이 분석한 DNA 염기조성 자료에 따르면 연어 정자의 DNA 염기조성비는 △A 29.7% △T 29.1% △G 20.8% △C20.4%로 나타났다.
이후 1953년 인간의 간 DNA의 염기조성비를 조사한 결과, △A 30.3% △T 30.3% △G 19.5% △C 19.9%였다. 두 DNA의 각 염기 비율 차이는 0.5~1.3%p로 작아 전체 염기조성이 비슷했다. 즉, 홍보 문구에서 나온 ‘인간 DNA와 97% 유사하다’는 이 염기조성비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하기 쉽게 레고 블록의 예를 들어보자. 방 안에 네 가지 종류의 레고 블록이 수억 개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블록들을 이용하면 비행기부터 자동차, 배, 동물, 건물까지 서로 전혀 다른 수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작품들이 사용한 네 종류의 레고 비율은 서로 비슷할 수도 있다. 이는 DNA의 ‘염기조성비’가 비슷하다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각 종류의 레고가 비슷한 비율로 사용됐다고 해서 완성된 작품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연어 DNA에서 A·T·G·C의 구성비가 비슷하다고 해서 실제 염기 배열, 즉 DNA 서열까지 유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바이러스조차 우리와 매우 유사한 DNA 염기조성비를 갖기도 한다. 1953년 캐나다 ‘곤충병리학 연구소’,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소아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생리화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일종인 ‘박테리오파지 T5’는 인간 DNA와 염기조성비가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비슷했다. 뷰티업계의 홍보 문구가 과학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방증이다.
구본경 단장은 “DNA 염기인 A·T·G·C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95~97%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이는 오직 화학 구성에 대한 이야기로 그런 관점으로 보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구성은 인간과 유사할 수 있고 생물학적으로는 염기 서열 유사성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는 절대 95%가 나오질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DNA 유사성, 핵심은 ‘염기서열 동일도’
아울러 DNA의 유사도를 비교하는 핵심은 염기조성비가 아니다. 만약 DNA의 유사도를 비교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염기서열 동일도(sequence identity)’가 더 가깝다. 실제 본지 확인 결과, PDRN 관련 특허, 홍보 문구, 매체 보도들을 종합하면 염기조성비와 염기서열 동일도가 섞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염기서열 동일도란 두 DNA 서열을 정렬한 뒤, 서로 대응하는 위치에 A·T·G·C가 실제로 같은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앞서 비유한 레고 블럭의 예를 들면 같은 종류의 레고블럭을 같은 위치에 조립하는 것이다.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간의 DNA와 연어의 DNA가 ‘97% 일치한다’고 표현하려면 일반적으로 염기성분의 조성비가 아니라 실제 DNA 염기서열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두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정렬(sequence alignment)한 뒤,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염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염기서열 동일도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며 “염기조성비가 비슷하다고 해서 DNA가 97%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염기서열 동일도의 대표 사례는 ‘인간과 침팬지’를 꼽을 수 있다. 2005년 ‘침팬지 유전체 시퀀싱·분석 컨소시엄(Chimpanzee Sequencing and Analysis Consortium)’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의 DNA 염기서열 동일도는 98.77%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극도로 유사하다(Human and chimpanzee genes are extremely similar.)”고 표현했다. 이 사례처럼 실제 염기서열을 직접 비교, 높은 동일도가 확인된 경우라야 ‘DNA가 유사하다’고 과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손미영 소장은 “PDRN은 연어의 전체 유전체가 아니라 DNA를 일정 크기 조각으로 만든 혼합물로”이라며 “연어 유래 PDRN이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어떤 연어 DNA 서열과 어떤 인간 DNA 서열을 비교했는지, 어느 정도 길이의 서열을 비교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97%라는 수치를 계산했는지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연어 DNA와 인간 DNA의 염기조성비가 97% 유사하다는 자료만을 근거로 연어 PDRN의 DNA가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 PDRN 효능은 사실… 하지만 DNA 염기조성비 97% 때문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연어에서 추출한 PDRN이 인간 DNA와 95~97% 유사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염기서열 동일도가 유사하지 않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PDRN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실제 과학계와 의학계 검증이 다수 이뤄진 상태다.
실제로 2014년 이탈리아 메시나대 임상 및 실험의학과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의 만성 궤양 치료에 대한 PDRN의 효과를 평가했다. 실험은 환자 216명을 PDRN군 110명과 위약군 106명으로 무작위 배정돼 진행됐다. 이 가운데 각각 101명과 91명이 8주간의 연구를 완료했다. 실험 결과, 완치율은 PDRN 투여군이 37.3%로 위약 투여군(18.9%)보다 높았다.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PDRN 투여군이 30일로 위약 투여군(49일)보다 짧았다.
또한 PDRN을 이용한 당뇨성 상처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 칭다오대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PDRN을 이용, ‘광반응성 하이드로겔’을 만들었다. 이 하이드로젤에 포함된 이황화몰리브덴(MoS₂) 나노구조체는 온도변화에 따라 젤이 수축, PDRN이 상처 부위에 방출된다. 이를 당뇨병에 걸린 쥐의 상처에 부착하자 혈관신생 촉진과 염증 억제, 조직 재생효과가 확인됐다.
그렇다면 PDRN이 인간 DNA와의 유사해 인간 세포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홍보 문구는 사실일까. 이 역시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2017년 메시나대 연구팀이 PDRN의 약리활성과 임상연구를 종합한 리뷰논문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연구팀은 “PDRN은 고온에서 추출 및 정제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불활성화된 95% 이상의 순도를 가진 활성 물질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학적 부작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정제 과정에서 면역반응 문제가 개선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혜영 한국뷰티직업인협회 부회장은 “사실 염기서열 유사도 자체는 사실 피부에 유의미한 작용을 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해당 수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게 면역거부 반응 확률을 낮춘다고 보긴 힘들고 이는 얼마나 성분이 잘 정제됐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PDRN 자체가 피부 재생, 항염 작용이 있는 우수한 성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업계에서 설득하려다보니 유사도로 홍보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증 요약]
- PDRN은 연어·송어 등 어류의 정자·정소에서 추출한 DNA 단편으로, 조직 재생·상처 치유 등의 분야에서 실제 활용되고 연구되는 성분이다.
- 인간과 연어 DNA의 A·T·G·C ‘염기조성비’가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각각의 염기가 들어 있는 비율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실제 DNA ‘염기서열 동일도’가 95~97%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고 표현하려면 실제 연어와 인간 DNA의 염기서열을 정렬해 동일도를 분석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PDRN의 95~97% 동일도를 이 같은 방법으로 입증한 연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 PDRN의 조직 재생·상처 치유 효과 자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다수 존재한다. 다만 해당 효과는 ‘인간 DNA와 95~97% 유사하기 때문’과는 관계가 없다.
[검증 결과]
검증 대상인 ‘연어에서 추출한 PDRN 성분은 인간 DNA와 97% 일치한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한다.
- Chargaff E, Lipshitz R, Green C, Hodes ME. The composition of the deoxyribonucleic acid of salmon sperm.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1951
- Chargaff E, Lipshitz R. Composition of Mammalian Desoxyribonucleic Acid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953
- Wyatt GR, Cohen SS. The bases of the nucleic acids of some bacterial and animal viruses: the occurrence of 5-hydroxymethylcytosine. Biochemical Journal. 1953
- The Chimpanzee Sequencing and Analysis Consortium. Initial sequence of the chimpanzee genome and comparison with the human genome. Nature. 2005
- Squadrito F, Bitto A, Altavilla D, et al. The Effect of PDRN, an Adenosine Receptor A2A Agonist, on the Healing of Chronic Diabetic Foot Ulcers: Results of a Clinical Trial.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2014
- Sun Y, Li Y, Ding X, Xu P, Jing X, Cong H, Hu H, Yu B, Xu FJ. An NIR-responsive hydrogel loaded with polydeoxyribonucleotide nano-vectors for enhanced chronic wound healing. Biomaterials. 2025
-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 단장 인터뷰
-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소장 인터뷰
- 허성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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