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과 자회사·투자 기능을 완전히 분리해 의사결정 속도와 기업가치 재평가를 동시에 노린다. 이사회 비경상 안건의 약 85%가 자회사 관리 등에 쏠릴 만큼 본업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이었고, 여러 사업이 한 회사에 묶이며 기업가치도 사업별 합산가치 대비 50% 이상 할인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분할 이후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공동 조직 없이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21일 카카오 인적분할 설명회에서 “지금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면 B2C AI 선두주자를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 본업 안건 15%뿐…AI 속도 위해 경영 분리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결정한 핵심 배경은 의사결정 비효율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사회가 다룬 비경상 안건 27건 가운데 카카오 본업 관련 안건은 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자회사 지원과 관리 등에 관한 사안이었다.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동시에 다수 자회사를 관리하는 현재 구조로는 AI 경쟁에서 필요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내정자는 “인적분할 이후에는 양사의 사업 목적이 명확히 다른 만큼 독립적으로 경영할 것”이라며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공동 조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할인도 분할을 결정한 또 다른 이유다. 카카오는 국내외 증권사의 SOTP(부분합산가치평가) 평균 34조2000억원과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을 비교해 현재 기업가치가 50% 이상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김 내정자는 “AI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는 AI 전문회사에 투자하고 싶을 것”이라며 “사업을 분리해 각 회사가 정상적인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AI, 2.3조 현금으로 AI 투자 자체 충당
카카오AI는 자회사 관리 부담을 떼어내 카카오톡과 AI에 자원을 집중한다. 약 50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와 이용 맥락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카오톡을 AI 에이전트의 핵심 진입점으로 전환한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자회사 관리 역할을 분리하면서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자체 AI 모델 개발도 이어간다. 서비스와 데이터에 최적화된 모델은 독자적으로 개발하면서 외부 사업자와의 제휴를 확대해 에이전트 생태계를 넓힌다.
AI 운영비는 온디바이스 우선 처리 방식으로 낮춘다. 카카오는 이용자 요청을 기기에서 우선 처리해 서버 기반 모델의 추론비용을 최대 90%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AI는 2조3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상태로 출범한다. 올해 기준 연간 EBITDA도 약 7000억원으로, 향후 AI 투자비를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매출 6조원 이상, EBITDA 2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목표로 한다. 매일 AI를 사용하는 이용자 2000만명 이상, AI 관련 매출 1조원 이상도 목표로 제시했다.
◇ 카카오X, 지주사 아닌 ‘미래가치 투자회사’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기존 자회사 가치를 높이고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가치 투자회사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사업 기회를 찾고, 콘텐츠에서는 서울아레나 등과 연계한 사업을 확대한다. 모빌리티에서는 로보택시 등 미래 사업 투자에 나선다.
카카오X와 산하 자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재원은 6조4000억원 이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 주요 사업 매출 10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카카오X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은 산하 사업 가치를 성장시키고 실제 성장과 시장 평가 사이의 괴리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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