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타석 들어가면 뭉클해지겠죠, 뭉클해가지고 또 못 칠라.”
알고 보면,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하주석(32)은 커리어에 커다란 공통점 하나가 있다. 한화 이글스에서 KIA로 이적했다는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0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한 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진출하기 전인 2009년까지 KIA에서 활약했다.

이후 일본 생활을 1년만에 접고 한화가 아닌 KIA를 택했다. KIA에서 2019년까지 9년간 맹활약하며 비 타이거즈 출신 최초로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그리고 1~2군 타격 파트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올랐다.
하주석이 이범호 감독급의 코스를 밟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한화에서 데뷔했다가 KIA로 이적한 건 공통점이다. 하주석도 2012년 입단해 올해까지 15년간 대전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이범호 감독과 달리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주석은 18일 대전에서 KIA 소속으로 처음으로 원정경기를 치렀다. 0-1로 뒤진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첫 타석에 임하기 전에 1루 내야석의 한화 팬들에게 헬멧을 벗고 90도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한화 팬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하주석을 맞이했다.
이범호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트레이드로 와서 잘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팀을 바꿨으면 여기서 또 인사를 드리고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프로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다. 항상 뛰던 곳을 새로운 팀 소속으로 왔으니 더 잘 하려고 의욕도 넘칠 것이다.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만 보여주면 별 문제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게임 하다가 타석에 들어가면 또 뭉클해지겠죠.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상황에 주자가 안 깔려 있어야 하는데, 또 뭉클해가지고 못 칠라”고 했다. 지나친 감성(?)에 젖다 집중력이 떨어져 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래도 하주석은 그 타석에서 우측으로 2루타를 뽑아내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두 번째 타석에선 무사 1,2루서 희생번트에 실패하기도 했다. 어쨌든 친정 상대 첫 경기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며 한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범호 감독은 KIA 이적 후 한화와의 첫 경기서 대전 팬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했을까. 이범호 감독은 또 웃더니 “뭉클했죠. 뭉클했는데 바로 이제 첫 마디에 (어떤 팬이 자신에게)욕을…”이라고 했다. 뭉클했던 감정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회상. 2011년 당시 한화와의 첫 경기가 대전한밭구장이라고 회상했다.

이범호 감독은 “대전에서 9경기를 하는데, 안타를 한 개도 못 쳤다. 마지막 9번째 경기에 박정진 선배에게 2루타를 쳤다. 광주에선 엄청 잘 쳤는데 대전에선 9경기만에 안타를 쳤다. 심리적인 게 좀 있더라고요”라고 했다. 물론 레전드 3루수였던 그는 또 웃더니 “그 다음부턴 좋았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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