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SDI(006400)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GM)가 3년 전 시작한 배터리 동맹의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두 회사가 함께 짓던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은 삼성SDI 단독 생산거점으로 전환되고, GM과의 협력은 차세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로 이어진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전제로 생산능력을 함께 확보했던 기존 구상에서 한발 물러나면서도 미래 배터리 기술 협력은 남겨둔 형태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GM 전기차 물량에 맞춰 설계됐던 생산거점을 직접 운영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지난 11일 GM과 차세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동 선행개발협약(Joint Development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에너지밀도와 급속충전 기술 등을 적용한 각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해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삼성SDI는 양사의 합작법인 시너지셀즈(SynergyCells)에 대한 GM 지분 전량(49.99%)도 인수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GM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다"라며 "이 공장에서 미래 전기차 시대를 위한 양사의 공동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미국 ESS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너지셀즈가 건설 중인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공장은 삼성SDI의 북미 첫 단독 배터리 생산거점이 된다. 완공 이후 ESS용 배터리 생산에 우선 활용하고, 향후 GM과 공동 개발하는 각형 배터리를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소유구조 변경 배경으로 합작 계획 발표 이후 달라진 시장 상황과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수요 성장을 들었다.
출발 당시와 비교하면 변화의 폭이 크다. 삼성SDI와 GM이 처음 손을 잡은 것은 2023년 4월이다. 당시 양사는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연산 30GWh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2026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성능 니켈계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하는 구상이었다.
계획은 이듬해 최종 합작계약 과정에서 한 차례 조정됐다. 2024년 8월 확정된 투자금액은 약 35억달러로 늘었지만 초기 생산능력은 27GWh로 잡혔다. 향후 36GWh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졌다. 생산 제품도 고성능 NCA 기반 각형 배터리가 중심에 놓였다.
2023년 30GWh 이상·2026년 양산에서 2024년 27GWh·2027년 양산으로 계획이 바뀐 데 이어 이번에는 생산법인의 소유구조까지 달라졌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 3년 사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SDI의 사업환경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회사는 2025년 실적 발표에서 미국 전략 고객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 약화를 주요 경영환경으로 꼽았다. 반면 ESS 배터리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도 이어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2조원 이상의 LFP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 에너지업체와 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따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

뉴칼라일 공장을 직접 가져오면 생산능력을 운용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기존 합작구조에서는 공장의 역할이 GM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에 맞춰져 있었지만, 삼성SDI 단독 소유로 바뀌면 ESS와 다른 애플리케이션, 신규 고객 물량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
이미 확보한 미국 ESS 수주를 감안하면 건설 중인 생산능력을 전기차 시장 회복만 기다리며 묶어둘 필요도 줄어든다. GM 전기차 물량을 위한 생산기지로 출발한 공장이 북미 배터리 수요 전반에 대응하는 거점으로 성격을 바꾸는 셈이다.
대신 삼성SDI가 감당해야 할 몫은 커졌다. GM과 투자비, 운영 부담을 나누던 합작공장을 직접 소유하게 되면서 향후 가동률과 고객 물량 확보가 공장 경쟁력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ESS 수요와 신규 고객 물량으로 생산능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채우느냐가 중요해졌다.
GM 역시 배터리 생산투자를 재정비해 왔다. GM은 2024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건설하던 미시간주 랜싱 배터리 공장의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배터리 생산능력은 확보하면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GM의 시너지셀즈 지분 매각도 전기차 수요와 투자 효율을 따져 생산거점을 조정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다만 삼성SDI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 합작 구조를 정리하는 동시에 차세대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협약을 새로 체결했다.
공동개발 제품에는 삼성SDI의 고에너지밀도와 급속충전 기술이 적용되며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 탑재를 목표로 한다. 뉴칼라일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GM은 공장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배터리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고, 삼성SDI는 고객사와 기술 협력을 유지하면서 공장 운영의 자율성을 갖게 되는 구조다.
3년간의 변화는 삼성SDI와 GM의 동맹이 사라졌다기보다 결합 방식이 달라졌다. 2023년에는 자본과 생산능력을 함께 투입하는 합작공장이 협력의 중심이었다면, 2026년에는 삼성SDI가 생산거점을 직접 운영하고 GM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파트너이자 고객으로 남게 됐다.
뉴칼라일 공장은 이제 GM 전기차 판매량만 바라보는 생산기지가 아니다. 북미 첫 단독 배터리 공장이라는 의미와 함께 ESS와 신규 고객 수요로 대규모 생산능력을 채워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향후 재편의 성과는 북미 ESS 물량을 얼마나 흡수하고, GM과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각형 배터리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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