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몸값 뛴 윤활기유, 정유사 '든든한 버팀목'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중동 전쟁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윤활기유 얘기다. 정유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중동 지역 설비의 전쟁 피해로 인해 공급 부족 사태가 일면서 세계 1위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산 프리미엄 윤활기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 등의 원료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그동안 윤활유 사업은 부가 사업으로 여겨졌다. 주력 석유제품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 높은 수익성과 안정적인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올해 2분기 윤활기유 마진 개선과 재고 관련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 69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4.4% 증가한 수준이다.

에쓰오일(S-OIL, 010950)도 올해 2분기 전체 영업이익 9650억원 중 윤활 부문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47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은 중동발 공급 차질로 크게 불안정해졌다. 카타르 펄 GTL, 사우디아라비아 사다라 등 중동 주요 생산기지의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

중동발 공급 부족에 따라 1년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대였던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올해 2분기 160달러대로 2배 넘게 급등했다. 제품과 원재료 가격차를 뜻하는 스프레드는 정유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K엔무브와 에쓰오일이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품질 경쟁력, 글로벌 판매망까지 갖추고 있어 최근 발생한 공급난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체 공급망으로 꼽힌다.

고성능 내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에 쓰이는 프리미엄 제품인 그룹3 윤활기유는 한국 외에도 △스페인 렙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미국 엑손모빌·쉐브론 등이 생산할 수 있지만, 단기간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중동산 물량 의존도가 컸던 유럽 기업들이 한국산 윤활기유 확보에 나서면서 2분기 SK엔무브 매출의 약 80%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동 지역 주요 경쟁사 공급 차질에 따라 윤활기유 사업 마진이 상승하면서, 주요 글로벌 시장 판매 중심으로 실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동발 공급 부족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영 카타르에너지는 일부 장기계약 물량의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펄 GTL 복구에 1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추세 등으로 윤활기유의 새로운 수요처도 늘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정유사들은 생산과 물류, 유통 전반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GS칼텍스는 내년 초 인천 윤활유 글로벌 물류센터를 완전 자동화 시설로 전환한단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프리미엄 윤활유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은 글로벌 시황 개선과 함께 국내외 생산거점의 안정적 운영·판매망 효율화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황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실적 개선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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