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부가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달리하는 개편안을 내놓자 비거주 1주택자의 판단 기준을 둘러싼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근무와 직장 이동, 가족 돌봄, 질병 치료, 기존 임대차계약 등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까지 투자 목적의 비거주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정부가 ‘거주와 비거주’를 새로운 과세 기준으로 제시한 가운데 입법예고를 통해 표출된 의견에서는 비거주에 이르게 된 사정도 구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 보유에서 거주로… 종부세 공제 기준 전환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 기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3,117건의 입법의견이 접수됐다. 공개된 의견에서는 해외근무와 가족 돌봄, 기존 임대차계약 등 불가피하게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장기보유자의 담세능력과 지방 저가주택 특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에 대한 의견도 잇따랐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4일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실거주자의 부담을 낮추고, 비거주·다주택자에게 적용돼 온 세제 혜택을 조정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주택자 중과 세율 체계를 주택 수가 아닌 보유가액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하는 한편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일부 구간의 세율을 높이는 내용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아진다. 다만 실제 세액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는 거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거주 1주택자는 14억원을 공제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만 공제한다. 같은 가격의 집 한 채를 보유하더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과세표준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다주택자의 기본공제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는 보유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에서 9억원을 공제하지만, 개정안은 4억원만 공통으로 적용하고 나머지 5억원은 전체 주택가액에서 거주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공제한다. 예컨대 공시가격 합계가 20억원인 두 채의 주택 가운데 10억원짜리 주택에 거주한다면 거주주택 비중은 50%가 된다. 이 경우 4억원에 2억5,000만원을 더한 6억5,000만원이 공제된다. 실제 거주하는 주택이 없다면 공제액은 4억원에 그친다.
1주택자 세액공제의 기준도 보유에서 거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제로 거주한 기간에 따라 공제액이 결정된다. △취학과 전근 △질병 치료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주택에 살지 못한 기간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다만 1세대 1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에는 최대 600만원의 한도가 생긴다.
과세표준과 세 부담을 정하는 기준도 강화된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금액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하한은 현행 60%에서 70%로 높아진다. 공시가격과 기본공제액이 같더라도 세금을 매기는 금액이 커지는 셈이다. 전년보다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는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조정된다. 이는 종부세가 일률적으로 두 배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액 산정 결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허용되는 전년 대비 증가 한도를 1.5배에서 두 배로 확대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개정안은 주택을 얼마나 오래 보유했는지보다 실제로 거주했는지를 세제 혜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실거주 주택은 보호하되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공제를 줄여 갭투자와 고가주택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어떤 사유를 불가피한 비거주로 인정할 것인지가 세 부담을 가르는 새로운 쟁점으로 남았다.
◇ 같은 비거주, 다른 사정… 예외·입증 기준 요구
공개된 입법의견을 내용별로 살펴보면 비거주 1주택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묻는 의견이 한 축을 이뤘다. 사정은 △해외 발령 △직장 이동 △부모 봉양 △가족 돌봄 △질병 치료 △자녀 교육 등으로 달랐지만 자기 집에 살지 않는다는 결과만으로 투자 목적의 비거주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정부안이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일부 인정하고 있지만 인정 기간과 적용 요건이 제한돼 개별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임대차계약에 대한 경과조치를 요구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경우 집주인이 세법 개정에 맞춰 곧바로 소유주택에 들어가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하면 세입자의 주거가 불안해지고 전월세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개정 전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종전 기준을 적용하거나 일정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장기보유자와 고령자 관련 의견에서는 주택가격과 실제 소득의 차이가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공시가격은 올랐지만 근로소득이나 연금 등 현금소득은 늘지 않아 보유세를 내려면 장기간 거주한 집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납부유예 대상의 소득요건을 완화했지만 세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납부 시점만 늦춰지고 담보와 이자 부담이 남는다는 반론도 뒤따랐다.
지방주택 관련 의견 역시 자산의 성격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모였다. 거래가 어려운 지방 저가주택을 수도권 고가주택과 같은 다주택 기준으로 다루면 지역 주택시장의 침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의견이 모두 정부안과 반대로 모인 것은 아니다. 주택 수보다 보유가액을 중심으로 과세하고 실거주 주택과 투자 목적의 주택을 구분해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쪽은 비거주자의 다양한 사정을 강조했고 방향에 동의하는 쪽은 예외 확대가 갭투자나 위장 거주의 통로가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입장은 달랐지만 비거주의 사유와 기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여당도 추가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비거주 1주택 인정요건 완화와 관련해 제기된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의견을 정리한 뒤 추가 당정 협의를 거쳐 국회 제출 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입법예고에 올라온 의견을 종합하면 종부세 강화에 대한 조세저항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드러난다. 세 부담을 낮춰 달라는 요구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을 판단할 기준을 구체화하고 기존 임대차계약과 불가피한 생활상의 사정을 보호해 달라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정부가 거주 여부를 세제 혜택의 기준으로 삼은 만큼 어떤 비거주를 투자 목적과 구분할지, 그 사유를 무엇으로 입증할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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