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을 정리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주장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두고 갑자기 "실제로는 부모님 돈으로 산 것이고 명의만 내 앞으로 해놓은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등기부상 배우자 명의인데도 부모님의 명의신탁 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까.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 B씨와 15년간 혼인생활을 하다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부부가 거주하던 일산 아파트는 남편 명의였고, 혼인기간 동안 부부가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함께 생활해왔다.
남편은 이밖에도 파주시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김포시에도 상가 지분이 있었다. 그런데 재산분할 문제가 시작되자 남편은 이들 부동산 중 일산 아파트에 대해 '실제로는 아버지가 돈을 내서 취득한 재산이고 내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취득 당시 상당한 금액을 지급했으므로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등기명의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재산'이라는 주장만으로 재산분할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다. 제3자 명의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부부 일방이 명의신탁한 재산이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재산으로서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에서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부모의 명의신탁 재산이라는 주장이 나오면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취득 및 관리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둘째, 부모가 돈을 보탰다는 사실과 부모 소유의 재산이라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 부모가 계약금이나 매매대금 일부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자녀에게 증여된 것인지,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실질적인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명의만 자녀에게 맡긴 것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따라서 부모가 돈을 송금했다는 자료 하나만으로 곧바로 해당 부동산 전체를 부모 소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소송에서는 △매매계약을 누가 체결했는지 △매매대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대출은 누가 받아 상환했는지 △취득세와 재산세는 누가 부담했는지 △부동산을 누가 사용·관리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혼인기간 동안 해당 재산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도 중요하다.
설령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상당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배우자의 기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다른 배우자가 그 재산의 유지나 감소 방지, 증식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에서 고려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장기간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소득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다른 배우자가 가사와 양육을 담당해 재산의 유지에 기여했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함께 검토하게 된다.
이혼전문변호사와 재산분할 상담을 할 때에도 등기부등본만 확인하고 끝내기보다는 부동산 취득 당시의 매매계약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계좌거래, 대출금 상환내역과 세금 납부자료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소송이 시작된 뒤 갑자기 "그 집은 사실 부모님 집이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등기부에 있던 재산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배우자 명의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결국 재산분할에서는 누구 이름으로 돼있는지 만큼이나 누구의 돈으로 취득했고, 누가 관리했으며, 혼인기간 동안 누가 그 재산을 함께 지켜왔는지가 중요하다.
가족끼리 돈을 주고받을 때는 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이혼소송이 시작되면 그 돈의 성격을 설명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부동산은 명의를 빌릴 수 있어도, 돈이 오간 흔적까지 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