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가축 폐사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양계·양돈농가가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정부는 가축 폐사 피해 대응을 위해 냉방장비 지원과 현장점검에 나섰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의 축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괴물 폭염’에 폐사 위험 갈수록 증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폐사한 가축은 돼지 3만3,759마리, 가금류 45만9,738마리로 나타났다. 닭·오리 등 가금류의 폭염 폐사 수가 두드러지는 것은 가금류의 사육 두수 자체가 많아서도 있지만, 열스트레스에 취약한 특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금류인 닭은 정상 체온과 대사율이 높고 온몸을 깃털이 덮고 있다. 또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땀 분비를 통한 체온 조절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가축 더위 스트레스지수(THI)를 가축 폭염 피해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THI란 온도·습도를 가축의 체감온도에 따른 열 스트레스로 수치화한 것으로, 구간에 따라 △양호 △주의 △경고 △위험 △심각 5단계로 구분된다.
6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사육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8월의 월평균 가축 더위 스트레스지수(THI)는 82, 85로 전년 동기 평균 지수인 81, 82보다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최고 지수는 90, 93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전년 수치인 89, 91보다 증가한 수치다.
THI가 80 이상의 위험 구간일 때 육계는 사료섭취량이 31%, 증체량(체중증가)이 53% 감소한다. 산란계는 사료섭취량이 21%, 산란율이 11% 감소한다. 그리고 THI가 91을 넘는 심각 단계에 이르면 숨을 헐떡거리고, 일어서지 못하게 되며 최악의 경우 폐사할 수 있다. 폭염은 폐사 마릿수만이 아니라 닭의 중량과 달걀 공급량에도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 “폭염 폐사 가속하는 축산 환경 개선해야”
현재 지방정부와 농·축협은 환풍기·쿨링패드·급수장비 등 설비 및 고온스트레스 완화제 등을 사전 지원하고 취약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이미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히트플레이션(폭염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일 한 양계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에 “폐사가 속출하면서 양계 농가들이 애를 먹고있다”며 “소비자들은 대닭을 선호하는데, 폭염으로 인해 1.3kg(대닭 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 출하 비중도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닭 공급량 비중 감소는 부분육 공급 불안정과 그로 인한 외식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진현 전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복되는 폭염 피해는 가축들이 좁은 공간에 붙어있어 열을 발산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해진다”며 “이들이 스스로 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고, 공기가 빨리 순환할 수 있는 축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육밀도를 낮추거나 창이 없는 무창계사 조성, 송풍 팬 설치 등이 그 예시다.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장비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2027년 9월부터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양계 농가를 중심으로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으나, 지난 5월 진행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추진 3차회의’에서 농식품부 김경운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센터장은 “(사육밀도가) 개선된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경우 산란율 등 생산성이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복지가 곧 경제성·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지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흔히 말하는 ‘동물복지 선진국’은 수익성을 통해 산업을 계속 영위하고 있는 ‘축산 선진국’이기도 하다”며 한국 역시 앞으로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투여되는 첨가제 등 약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6일 기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국의 동물복지 인증 양계(육계·산란계) 농가는 454개소로 전체 양계농장(3,123개소) 중 약 14.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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