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잔당 2g으로 빚은 아마로네…브리갈다라 "단맛 대신 균형"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진하고 무거운 질감, 농축된 과실과 짙은 단맛. 이탈리아 베네토를 대표하는 아마로네를 떠올릴 때 따라붙는 이미지다. 브리갈다라(Brigaldara)는 이같은 통념에서 한발 비켜선다. 잔당을 약 2g/L 수준으로 낮추고 포도 본연의 과즙과 산도를 살려 한두 잔을 넘어 계속 마시기 편한 아마로네를 만든다.

일반적인 아마로네의 잔당이 10~12g/L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단순히 단맛만 덜어낸 것은 아니다. 포도가 자란 고도와 토양에서 비롯된 향과 산도, 아마로네 특유의 농축미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 브리갈다라의 차별점이다.


지난 4일 신세계L&B가 마련한 브리갈다라 와인 세미나에서 만난 안토니오 체사리(Antonio Cesari) 4세대 오너는 "와인은 삶과 음식에 지속해서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브리갈다라는 무겁고 달기만 한 아마로네가 아니라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달고 무거운 아마로네와 선 긋다

아마로네는 수확한 포도를 약 120일 동안 자연 건조하는 '아파시멘토'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수분이 빠지면서 색과 향, 당도, 타닌이 농축돼 일반 레드와인보다 풍부하고 강한 맛을 낸다.

브리갈다라는 아마로네 특유의 무게감과 복합미는 유지하면서 잔당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브리갈다라 아마로네의 잔당은 약 2g/L 수준이다. 당도와 산도, 알코올의 균형을 조절해 단맛보다 포도와 포도밭의 개성이 먼저 드러나도록 했다.

안토니오는 알코올뿐 아니라 와인에 남는 당이 음용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맛이 강한 아마로네는 한두 잔만으로 쉽게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잔당을 낮추고 산도를 살리면 음식과 함께 한 병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스타일은 최근 와인 소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국내 소비자들은 버터 향이 강하고 묵직하면서 달콤한 와인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가볍고 마시기 편한 스타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자체를 줄이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안토니오는 "국제적으로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와인처럼 마시기 편한 와인은 성장하는 반면 전통적인 레드와인 시장은 감소하고 있다"며 "브리갈다라는 시장 변화에 맞춰 스타일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균형감과 음용성을 갖춘 아마로네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농부에서 시작한 와이너리…48㏊ 직접 관리

브리갈다라는 이탈리아 베네토주 발폴리첼라에서 아마로네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체사리 가문은 1928년 브리갈다라의 빌라와 인근 토지를 인수해 포도와 올리브, 과일, 곡물 등을 재배했다.

처음부터 와인을 만든 것은 아니다. 직접 기른 포도를 다른 와이너리에 공급하는 농부로 출발해 스테파노 체사리 세대부터 자체 와인 생산과 품질 혁신을 본격화했다. 현재는 그의 아들 람베르토와 안토니오가 가업을 이어받아 새로운 세대를 이끌고 있다.

브리갈다라는 약 120㏊ 규모의 농업 생태계 가운데 약 48㏊를 포도밭으로 운영한다.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와 발판테나, 동부 발폴리첼라 등 서로 다른 고도와 토양, 기후를 지닌 3개 권역에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 생산에 사용하는 포도도 자체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다. 레드와인에는 코르비나와 코르비노네, 론디넬라를, 화이트와인인 소아베에는 가르가네가를 사용한다. 국제 품종 대신 베네토 토착 품종의 향과 산도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박철재 신세계L&B 브랜드 매니저는 "브리갈다라는 농부에서 시작한 만큼 포도 재배부터 수확과 양조까지 직접 관리한다"며 "모든 와인에 자체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고 포도밭별 특성을 각각의 와인에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발 450m 까세 베체…라벨에 새긴 포도밭

브리갈다라 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포도밭 이름을 라벨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브리갈다라와 까세 베체(Case Vecie), 까볼로(Cavolo) 등 각 포도밭의 토양과 고도, 일조량 차이를 와인별 개성으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곳은 그레차나 지역 해발 450m에 자리한 까세 베체다. 통상적인 발폴리첼라 포도밭보다 고도가 높고 숲과 바람, 큰 일교차의 영향을 받아 포도가 천천히 익는다. 다른 지역보다 성숙 시기가 20~25일가량 늦어 산도와 향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

1990년대 생산량 확대를 위해 평지에 포도나무를 심는 움직임이 확산했지만 스테파노 체사리는 장기적인 기후변화를 고려해 높은 지대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었지만 기온 상승이 이어지면서 까세 베체는 브리갈다라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포도밭이 됐다.

까세 베체의 일부 구획에서 수확한 포도는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마로네 까세 베체' 생산에 활용한다. 같은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라도 양조 방식에 따라 신선한 레드와인과 깊은 아마로네로 나뉜다.

까볼로는 그레차나 지역 해발 250m의 석회질 토양에 위치한다.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플로럴한 향과 단단한 골격, 둥글고 균형 잡힌 풍미가 특징이다. 이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아마로네 까볼로'는 연간 약 1만병만 생산한다.

◆소아베부터 아마로네까지…여섯 잔의 차이

이날 세미나에서는 △브리갈다라 소아베 2024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 2021 △발폴리첼라 리파소 2023 △아마로네 까볼로 2020 △아마로네 클라시코 2019 △아마로네 까세 베체 2018 등 총 6종을 선보였다.


첫 번째 와인인 브리갈다라 소아베는 아마로네 중심의 전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양조 방식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가르가네가 100%를 사용하며 포도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기온이 낮을 때 빠르게 수확하고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압착한다.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에서는 밝은 붉은 과실과 산도가 두드러졌다. 아마로네를 만들고 남은 포도 껍질에 발폴리첼라 와인을 넣어 다시 발효한 리파소는 보다 농축된 과실 풍미와 촘촘한 질감을 보였다.

이어진 아마로네 3종은 포도밭에 따라 차이를 드러냈다. 까볼로는 둥글고 균형 잡힌 질감, 클래시코는 풍부한 붉은 과실과 구조감, 고지대에서 생산된 까세 베체는 신선한 산도와 정제된 향신료 풍미가 특징이다.


안토니오가 평소 가장 자주 마시는 와인은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다. 특별한 날 아마로네를 고른다면 '아마로네 까세 베체'를 선택한다고 했다. 강한 단맛과 농축감보다 균형과 음용성을 중시하는 그의 취향이 브리갈다라의 양조 철학과 맞닿아 있다.

브리갈다라는 2019년 신세계L&B를 통해 국내에 출시돼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안토니오는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신세계L&B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브랜드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와인메이커이자 경영자이기 전에 포도를 직접 키우는 농부"라며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결국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출발점은 포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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