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던진 질문… ‘어떻게 해야 했을까?’

시사위크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 엣나인필름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 엣나인필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누나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둔 부모와 그 가족의 시간을 20여 년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입소문 속에 독립·예술영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의 사랑과 책임, 치료와 보호 사이에서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2만명을 돌파했다. 

영화를 연출한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조현병을 앓았던 친누나와 가족의 시간을 23년 동안 기록한 끝에 완성한 가장 사적인 이야기이자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의 기록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고민과 제작 과정,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매우 사적인 가족사를 영화로 꺼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 관객과 만나는 소감도 궁금한데.

“몇 년 전 일본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던 가정에서 아이를 굶겨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우리 집과 비슷한 일이 아직도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 여전히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화를 결심했다. 다만 이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개봉이 결정된 뒤에는 매일 밤 자다가 깜짝 놀라 깰 정도로 긴장했다. 혀를 깨물어 상처가 날 정도였다.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기 전까지는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본에서는 조현병이 오래전부터 차별과 편견이 매우 심한 질환이었다.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편견은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겠다. 이미 많이 극복됐는지, 아니면 일본과 비슷한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세상에 공개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누나는 2021년 5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전까지는 이 영상을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나 스스로도 자신이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나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영화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작은 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아 영상을 그대로 묵혀뒀다. 그러다 2022년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앞두고 미완성 영상을 가지고 가 다큐멘터리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상을 공개했다.

그 자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오키나와에서 온 한 참가자의 말이었다. 영화 속에서 누나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대답하는 장면이 많은데, 나는 그동안 누나가 나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은 사람에 따라 정면이 아니라 시야의 끝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누나는 너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또 그분이 ‘이 다큐멘터리를 왜 만드느냐. 부모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는데 나는 부모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아버지 인터뷰도 부모를 추궁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편집 과정을 떠올렸다. / 엣나인필름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편집 과정을 떠올렸다. / 엣나인필름

-23년 동안 기록한 영상을 한 편의 영화로 편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23년 동안 촬영한 영상을 모두 합쳐도 약 80시간 정도였다. 보통 장편 다큐멘터리는 100시간이 넘는 촬영분을 편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내게는 짧은 분량이었다. 편집을 시작하기 전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는 부모님이 왜 누나의 정신과 치료를 거부했는지, 두 번째는 현관문을 잠가 외출을 막았던 일이 누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였다. 세 번째는 아버지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약을 몰래 음식에 섞어 먹였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장면을 촬영한 줄 알았는데 영상을 모두 확인해 보니 없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말로만 설명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결국 이 내용은 영화에서 제외했다. 영화에 누나가 증상을 보이는 장면도 일부 담겨 있다. 살아 있었다면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장면만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그런 장면을 모두 빼면 조현병이 어떤 질환인지 전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한 컷 한 컷마다 ‘지금 이 장면이 정말 필요한가’를 계속 고민하면서 편집했다.”

-조현병 환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면서도 편견을 조장하지 않기 위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상황을 숨긴다고 해서 편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힘든 사람은 결국 당사자였고, 부모님 역시 당사자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이 누군가를 가두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 얼굴에 모자이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다 카즈히로 감독도 다큐멘터리 ‘멘탈’을 만들면서 모자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인상 깊었다. 얼굴을 가리면 표정을 볼 수 없고, 오히려 관객이 상상 속에서 그 사람을 더 괴물처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 생각에 공감했다. 보이지 않을수록 불필요한 상상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권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영화에서도 모자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편견보다 사실의 무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기준으로 영화를 편집했다.”

-치료 이후 달라진 누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에게 어떤 점을 전하고 싶었나.

“그게 출발점이 된 게 확실하다. 만약 호전되지 않은 모습만 계속 보여줬다면 너무 힘든 이야기만 전달됐을 것이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몰랐을 거다. 다만 ‘많이 좋아졌다’는 표현에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조현병 발병 전의 누나를 0이라고 한다면 입원 직전은 -10, 퇴원 후에는 -8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분명 호전됐지만 원래의 누나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밥을 하거나 집안일을 돕는 모습이 나오지만,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거나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누나는 조현병이 1982년 발병했고 2008년에야 병원 치료를 시작했다. 25년 동안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형제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만 회복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원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대화가 가능해질 정도로 빠르게 호전됐다.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주치의도 이렇게 약이 잘 듣는 사례는 처음 본다고 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통해 약이 잘 들었다는 사실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자칫 제약회사를 홍보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이었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가장 사적인 기록을 꺼낸 이유를 전했다. 사진은 누나와 감독의 어린시절 모습. / 엣나인필름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가장 사적인 기록을 꺼낸 이유를 전했다. 사진은 누나와 감독의 어린시절 모습. / 엣나인필름

-조현병이 발병하기 전 누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면.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셨다. 아버지는 출장이 많아 집을 자주 비웠고, 어머니도 늦게까지 일하셨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저녁을 준비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누나였다. 함께 놀아주고 그림책도 읽어줬다. 책에 없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들려주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줬다. 그림과 만화를 정말 잘 그리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누나는 윤리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편이었고, 특히 남녀 관계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했다. 규칙을 굉장히 잘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 사람은 규칙을 들으면 왜 필요한지 생각하고, 꼭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따르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누나는 누군가가 말하면 그대로 지키려고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유난히 컸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읽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커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나는 의과대학에도 지원했다. 그것은 결코 부모님의 강요 때문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의사가 되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누나 스스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4년 동안 재수한 끝에 의대에 들어갔다. 지금에 와서는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 개봉 당시에는 어떤 반응이 있었나. 

“일본에서는 2024년 12월에 개봉했다. 가장 많았던 반응은 ‘부모님이 너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부모님 개인의 잘못으로만 결론 내리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됐다. 당시 우리 부모님만 특별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됐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이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였다고.

“그분은 오히려 ‘당시 부모님의 판단이 맞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그 의사는 80대였고, 누나가 발병했던 1980년대에 정신과 병원에서 직접 근무했던 분이었다. 당시에는 조현병 치료제가 지금처럼 효과적이지 않았고,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도 많이 보도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를 병원에 맡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부모님이 누나를 인간적으로 돌봤기 때문에 당시 환경에서는 병원보다 집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미국 연구 논문도 소개해 줬다. 당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집에서 돌봄을 받은 환자들을 비교한 연구에서 집에서 생활한 환자들의 예후가 조금 더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선택이 당시로서는 옳은 판단이었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라 직접 전하지는 못했다.”

-이 영화를 완성한 뒤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었나. 

“영화를 찍는 행위 자체가 부모님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를 모두 완성한 뒤에는 부모님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부모님은 직접 누나를 치료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시에는 정신과 병원에 다닌 기록이 남으면 병이 나아도 의사나 연구자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 맡기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누나를 치료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영화를 만들고 나서 하게 됐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제목은 관객을 위한 것이다. 질문을 던지는 제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질문해야 끝까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까’라고 생각하며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질문이 필요하다고 봤다. 액션영화는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그런 방식으로 관객을 끌고 갈 수 없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제목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제목은 내가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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