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항공(089590)이 차세대 항공기 보잉 737-8(이하 B737-8) 13호기를 구매 도입했다. 이번 도입으로 전체 여객기에서 B737-8이 차지하는 비중은 30.2%로 높아졌고, 직접 보유한 구매기는 15대까지 늘었다.
항공기를 빌려 운항하는 임차 방식이 보편적인 국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 시장에서 제주항공의 구매기 비중은 34.8%에 달한다. 여객기 3대 중 1대를 직접 보유한 구조로, 국내 LCC 가운데 구매 항공기를 보유한 곳도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이번 도입의 핵심은 연료와 정비비를 낮추는 신형기를 직접 보유하고, 운용 이후에는 매각이나 재투자에 활용하는 기단 운영 구조로의 전환에 있다.
제주항공은 신규 항공기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감항증명 절차를 마친 뒤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B737-8 두 대를 추가로 구매 도입할 계획인 만큼, 차세대 항공기와 구매기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리스료 낮추고 매각가치 확보
LCC는 항공기 임차를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시장 수요에 따라 기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왔다. 반면 장기간 운항하는 항공기에서는 리스료와 반납 조건, 정비 충당금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환율과 금리가 오를 경우 외화로 지급하는 리스료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제주항공은 B737-8을 구매해 장기간 운용하는 쪽을 택했다. 기체를 직접 보유하면 초기 자금 부담은 커지지만 매월 지급하는 임차료를 줄일 수 있고, 운용을 마친 항공기를 매각해 잔존가치를 회수할 여지도 생긴다.

제주항공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B737-8 구매 운용을 통해 기존 리스 기단보다 운용비용을 14%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운용을 마친 항공기의 매각과 재투자도 구매 방식의 장점으로 제시했다. 전체 기단에서 B737-8 비중이 52%에 도달하면 영업이익률이 3%포인트 이상 개선될 수 있다는 목표도 세웠다.
항공기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이하 TCO)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연료다. B737-8에는 연료효율을 높인 LEAP-1B 엔진과 공기저항을 줄이는 설계가 적용됐다. 제주항공은 기존 B737-800보다 연료 소모량을 약 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비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신형 항공기는 주요 부품의 교체 주기가 길고 항공기 상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비 시스템을 갖췄다. 정비를 위해 항공기를 세워두는 시간을 줄이면 운항 편수와 가동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주항공의 내부 추정에서도 B737-8을 금융조달 방식으로 운용할 때 TCO는 기존 B737-800 운용리스의 86% 수준으로 제시됐다. 유가와 환율에 따라 실제 절감 폭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제주항공이 구매와 신형기 전환을 병행하는 경제적 근거는 분명하다.
기존 B737-800과의 호환성도 기단 전환 비용을 낮추는 요소다. 조종사와 정비 인력의 교육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이종 기재 도입과 달리 같은 B737 계열 안에서 전환이 가능하다. 부품과 정비시설을 공유할 수 있어 기단 단일화에 따른 운영 효율도 유지된다.
◆경년기 반납하고 신형기 구매
제주항공의 기단 현대화는 신형기를 추가하는 한편 운항 연수가 오래된 항공기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년 임차기는 계약 종료에 맞춰 반납하고, 기존에 구매했던 B737-800NG도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하고 있다.
기존 구매기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도 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산가치가 남아 있는 시점에 기존 항공기를 처분하고, 매각 자금을 차세대 기종 도입에 활용하는 기체 생애주기 관리가 포함돼 있다.

항속거리 증가는 노선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제주항공은 B737-8의 운항 범위를 약 8시간으로 보고 있다. 기존 B737-800의 약 6시간보다 길어 인도네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중거리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 대형기 없이 단일통로 항공기로 운항 범위를 넓힐 수 있어 좌석 공급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운항 가능 거리가 늘었다고 노선 수익성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중거리 노선은 비행시간이 길어 승무원과 운항 비용이 증가하고, 현지 판매망과 안정적인 수요 확보도 필요하다. B737-8의 비용 절감 효과는 충분한 탑승률과 운항 횟수가 확보될수록 커진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4982억원과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했다. 탑승객은 331만1000명, 탑승률은 91.9%로 집계됐다. 운항 정상화와 공급 확대가 이어지면서 전년 동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 회복에도 재무 부담은 남아 있다.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부채총계는 2조2494억원, 자본총계는 2648억원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41.6%포인트 상승한 84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산은 2조5142억원으로 늘었지만 부채 증가 폭이 자본 증가 폭을 웃돌았다.
항공기 구매는 장기간의 운용비를 낮출 수 있는 대신 도입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기 대금과 금융비용은 환율과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구매기의 경제성은 보유 기간과 가동률, 중고 항공기 가격, 자금조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제주항공이 연말까지 예정된 B737-8 두 대를 추가로 들여오면 전체 기단에서 차세대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층 높아진다. 경년기 반납과 기존 구매기 매각도 함께 진행되는 만큼 기단 규모보다 항공기 구성 변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공의 구매 전략은 리스료로 빠져나가던 비용을 보유자산의 운용 효율과 잔존가치로 돌리는 선택이다. 연료·정비비 절감이 단위비용 하락으로 연결되고, 항공기 대금과 금융비용을 감당할 현금흐름이 뒷받침돼야 구매 중심 기단 전략도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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