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주52시간 예외’ 후폭풍

시사위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메가특구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 노총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양경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뉴시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메가특구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 노총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양경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이른바 ‘메가특구’에 주 52시간 근로규제 예외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자 노동계와 정치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노총은 ‘노동개악’이라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특정 지역에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여기에 진보당까지 정부의 노동규제 완화 방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메가특구법을 둘러싼 논쟁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 양대노총 “윤석열식 노동개악정책, 일방 처리시 어려운 길 가게 될 것”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메가특구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안한 메가특구법에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를 대상으로 △한국식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주 52시간 근로 상한 적용 예외)’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고용 기간 연장 등의 노동규제 유연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노총은 이를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방안”이자 “윤석열 정부식 노동개악정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메가특구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요구했다. 아울러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동시에, 정부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노동자들과 연대해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정한 호남권 메가특구에만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규제를 풀 것이라면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달 7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군공항 인근에서 부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뉴시스
정부가 지정한 호남권 메가특구에만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규제를 풀 것이라면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달 7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군공항 인근에서 부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메가특구법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지난 정부가 추진할 때는 노동개악이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면 규제혁신이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과거에는 산업계가 요구해 온 노동규제 완화를 ‘노동개악’이라며 반대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자신들의 역점 사업인 메가특구에만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업종·기간별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노동개혁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노동계와 진보 진영의 반발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최 수석대변인은 “같은 정책을 두고 정권에 따라 평가를 달리한다면 그것은 규제 혁신이 아니라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정부·여당의 모순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정부가 지정한 호남권 메가특구에만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규제를 풀 것이라면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일 “판교의 AI 개발자, 용인의 반도체 엔지니어, 대전의 바이오 연구원, 창원의 방산기업은 메가특구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낡은 규제에 묶여 있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현장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각계의 입장 등을 포함한 논의 상황을 설명했다”며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어 발의되면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현장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각계의 입장 등을 포함한 논의 상황을 설명했다”며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어 발의되면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메가특구에 한정한 주 52시간 특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순히 근무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시간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반하는 ‘자의적 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호남 지역에서는 연구개발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인정하면서 다른 지역 기업에는 동일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기업의 경영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 지역에 관계없이 52시간 규제를 일괄적으로 푸는 것이 지극히 합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진보당은 메가특구법의 노동규제 완화 방안을 ‘재계특혜법’이자 ‘반노동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국민의힘이 주장한 ‘주 52시간제 예외 전 산업 확대’에 대해서도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노정현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메가특구 내 반노동 독소조항도 당장 폐기해야 할 마당에, 이를 전국으로 퍼뜨리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대한민국 전체를 ‘노동 개악 무법 천지’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메가특구법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현장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각계의 입장 등을 포함한 논의 상황을 설명했다”며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어 발의되면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연구자들을 일반 근로자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금의 시스템은 인권 보호가 아닌 근로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탄압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처럼 근로시간과 보상체계를 함께 개편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메가특구 ‘주52시간 예외’ 후폭풍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