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확정한 이후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전형 AI 인재 육성부터 10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까지 이달 들어 관련 행보가 잇따랐다.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다. 차기 회장 내부 후보 4명 가운데 한 명인 이창권 KB금융 미래전략부문장이다. 전략과 디지털·IT를 두루 거쳐 올해 그룹의 미래전략과 AI 전환을 맡으면서 KB금융의 ‘AI 대전환’ 전면에 서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글로벌 클라우드·AI 솔루션 기업 구글 클라우드와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다. AI 기반 업무 혁신과 고객 금융경험 개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AI 금융 플랫폼 구축 등이 협업의 골자다.
KB금융은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AI 에이전트 ‘KB DAVIS(다비스)’를 개발했다. 실시간 대화형 AI 에이전트 ‘KB Star 별이’도 내부 테스트를 마치고 고객 접점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 숏리스트 발표 뒤 빨라진 ‘AX 시계’
주목할 부분은 시점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3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를 확정한 이후 그룹 차원의 AX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7월 14일에는 ‘2026년 상반기 그룹 AI·데이터 혁신 세미나’를 열고 실전형 AI 핵심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KB AI Lab’을 출범(7월 15일 자료)시켰다. AI 교육을 넘어 직원들이 현업 과제를 직접 발굴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날인 15일에는 1000억원 규모의 ‘KB AX디지털자산 펀드’를 설립(7월 16일 자료)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이 출자하고 KB인베스트먼트가 운용을 맡는다.
디지털자산뿐 아니라 AI 모델·응용서비스와 데이터 추론·분석 분야의 유망 기술기업도 투자 대상이다.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 투자기업과 KB 계열사의 사업을 연결해 미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여기에 구글 클라우드와의 전략적 협업까지 공개(7월 28일 자료)됐다. 이달에만 인재 육성→전략적 투자→글로벌 빅테크 협업으로 이어지는 AX 전략이 연이어 구체화된 셈이다.
이는 올해 초부터 예고된 방향이다. 양 회장은 올해 그룹 경영의 핵심축으로 생산적 금융과 함께 AI 대전환을 제시했다.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AI를 활용해 기존 사업 방식을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전략·M&A→카드 CEO→디지털·IT…‘AI 대전환’ 키 잡은 이창권
이 과정에서 이창권 부문장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고려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이 부문장은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30년 넘게 KB에서 경력을 쌓아온 ‘KB맨’이다.
그룹 내에서는 일찌감치 전략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KB금융 전략기획부를 거쳐 지주 전략총괄(CSO)을 맡았고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 과정에도 참여하며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경험했다. 이후 글로벌전략총괄(CGSO)까지 맡으며 그룹 전략 전반으로 역할을 넓혔다.
2022년에는 KB국민카드 대표이사에 올라 3년간 계열사 경영 경험을 쌓았다. 2025년 지주로 복귀한 뒤에는 디지털부문장(CDO)과 IT부문장(CITO)을 맡아 그룹의 디지털·IT 전략을 총괄했다.
올해는 다시 한번 역할이 확장됐다. KB금융이 기존 AI 담당과 전략 기능을 통합해 미래전략부문을 꾸리면서 이 부문장이 수장을 맡았다. 은행에서 출발해 그룹 전략과 인수합병(M&A), 글로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디지털·IT를 차례로 거쳐 그룹의 미래 먹거리와 AI 전환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이동한 셈이다.
지난 3일 발표된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이창권 부문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4명이다.
◇ 양종희 연임 가능성 속 ‘포스트 양종희’ 경쟁도 주목
현재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비은행 경쟁력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 등 주요 경영 과제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때문에 이번 회장 선임 절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양 회장의 경쟁자가 누구냐보다 KB금융이 누구를 차기 리더군으로 평가하고 있느냐에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이 부문장이 맡은 AI 대전환의 성과도 주목할 부분이다. AI 전략이 실제 업무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수록 미래전략부문을 이끄는 이 부문장의 경영 성과 역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결국 양 회장의 연임 여부와 별개로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은 KB금융의 다음 리더군을 가늠할 기회이기도 하다. 양종희 체제의 핵심 과제인 ‘AI 대전환’을 실행하는 이 부문장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향후 내부 승계 구도에서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회추위는 오는 27일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실시한 뒤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한다. 이어 9월 11일 최종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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