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후보자의 거짓말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린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어디까지 형사처벌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발언까지 법정에 세우면 후보 검증과 정치적 표현이 위축될 수 있다. 허위사실공표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되고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이를 두고 범죄의 경중이나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따지지 않은 채 유권자의 선택까지 뒤집는다는 비판과 후보자의 거짓말을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 전·현직 대통령 사건 관통한 ‘행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27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측에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을 부인하고, 전성배 씨와의 관계를 축소해 설명한 발언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 관해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해 유권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다만 해당 발언이 대선 결과를 좌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재산·행위·소속단체·지지 여부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람을 처벌한다.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같은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서도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고,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었다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일부 발언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김 전 처장과의 골프 관련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후보자의 과거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사건도 현재 1심 판결만 나온 만큼 두 사건 모두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르다. 다만 후보자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행동을 설명한 발언이 선거 뒤 형사재판의 대상이 됐다는 점은 같다. 법원은 단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발언의 문맥,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이는 전체적인 인상을 토대로 사실인지 의견인지,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전·현직 대통령 사건에서도 과거 ‘행위’에 관한 발언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여부에 따라 유무죄를 가른 핵심 쟁점이 됐다는 점이다.
◇ 벌금 100만원에 당선무효… 선거 영향은 별도 심사 없어
허위사실공표죄의 영향은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 징역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경우 소속 정당이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제재가 허위발언의 경중이나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별도 판단 없이 형사판결에 따라 적용된다는 점이다. 2025년 발간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선거범죄와 피선거권 상실’에 따르면 하나의 형사판결이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제한으로 이어지는 일률적인 구조가 책임에 비례해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형사처벌과 공직 상실을 분리하거나 법원이 사건별로 자격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은 일정한 선거범죄로 6개월 이상의 자유형이 선고된 경우 법원이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재량으로 정한다. 프랑스는 허위정보가 선거 결과를 왜곡했는지를 행정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 일본도 형사판결과 자격 제한을 연계하지만 법원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보고서는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대상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직접 관련된 사안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사처벌과 당선무효의 자동 연계를 없애고, 허위발언의 중대성과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별도로 심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와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행위에는 후보자의 발언과 만남, 정책 결정까지 포함될 수 있어 처벌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고 정치적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공직선거법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거 과정의 발언은 언론과 유권자의 검증에 맡기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 폐지안과 별도로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벌금액을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이는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제22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줄이고 자격 제한의 기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처벌을 완화한 뒤 후보자의 중대한 거짓말을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바로잡을지에 대한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뒤 수년이 지나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더라도 허위정보에 영향을 받은 유권자의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정치적 표현은 폭넓게 보장하되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정도의 허위사실은 선거 전에 신속하게 확인하고 바로잡을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는 책임을 묻되 범죄의 경중과 선거에 미친 영향을 제재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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