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인력경영] AI가 만드는 새로운 조직, 작고 납작하지만 더 촘촘하게 연결된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직원 4명이 운영하는 미국 항공권 검색 스타트업 포인트하운드는 지난해 이용자 75만명을 확보했다. 과거 150명이 6개월 동안 수행했던 규모의 프로젝트도 이 회사에서는 여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서도 설립 단계부터 AI를 제품과 업무 흐름에 내장한 'AI 네이티브 기업'은 같은 업종과 창업 시기의 비AI 기업보다 직원 수가 약 25% 적었다. 

엔지니어 비중은 13% 높은 반면 신입사원과 관리자 비중은 각각 약 15% 낮았고, 직급 단계도 평균 0.5단계 적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직원 수가 비교 대상 기업보다 약 70% 적었다. 

다만 이는 관찰자료를 비교한 결과이므로 AI가 인력 감소를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AI는 기존 조직에 새로운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크기와 계층, 직무 구성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은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세분화한 뒤 여러 단계의 관리자를 통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AI가 자료를 찾고 보고서를 정리하며 업무의 진행 상황까지 추적하게 되면 사람을 감독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했던 일부 관리계층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대신 실무자가 AI를 활용해 판단하고 실행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범위는 넓어진다. 신입사원이 반복 업무를 수행하며 숙련자로 성장하던 전통적인 경력경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등장할 조직은 단순히 사람이 적은 '슬림 조직'이 아니다. 소수의 전문인력이 여러 AI 에이전트와 함께 과업을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와 프로젝트 단위로 결합하는 ‘인간-AI 혼합형 평면 조직’에 가깝다. 

조직의 기본 단위도 부서에서 문제와 프로젝트로 이동한다. 직급보다 전문성과 의사결정 권한이 중요해지고, 관리자는 사람을 통제하는 감독자에서 인간과 AI의 역할을 배분하고 협업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조직을 작고 납작하게 만든다고 저절로 AI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83%가 데이터 품질을 AI 도입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고, 74%는 투자 효과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숙한 AI 에이전트 거버넌스를 갖춘 조직도 21%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기존 업무와 역할을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AI를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직원의 업무시간이 줄어도 다음 부서가 준비되지 않으면 전체 성과는 개선되지 않는다. 노보 노디스크가 AI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업무를 분석했더니 문서상 7단계였던 동일 프로세스가 실제로는 담당자에 따라 5단계 또는 9단계로 운영되고 있었다. 

앞 단계의 업무만 빠르게 만들어서는 전체 신약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없다는 의미다. AI 성과는 개인이 얼마나 빨리 일했는지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원활하게 연결됐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인력경영의 과제도 인원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새로운 조직에서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신입사원이 맡던 업무가 자동화된다면 조직은 미래의 숙련인력과 리더가 어디에서 경험을 쌓을지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중간관리자를 줄인다면 부서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후배를 육성하며 암묵지를 전수하던 기능을 누가 맡을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AI가 확보한 시간을 감원 근거로만 사용하기보다 구성원을 더 높은 수준의 판단, 고객관계, 문제해결과 혁신 업무로 이동시키는 재배치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조직은 사람이 가장 적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과 AI가 맡을 일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하고 다시 연결한 조직이다. 

AI 시대의 조직은 작고 납작해지지만 결코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사람과 데이터, 업무와 AI가 더 촘촘하게 연결될 때 비로소 새로운 조직형태는 비용 절감을 넘어 성장의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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