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충남도정이 새로운 체제로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장급 간부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새 도정의 안정과 조직 쇄신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고위 간부가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충남도 공직사회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일탈을 넘어 공직기강과 조직문화 전반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충남경찰청은 충남도 소속 국장급 간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임 근무지에서 부하 여직원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받은 충남도는 관련 법령과 인사 규정에 따라 즉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직위해제는 행정적 조치일 뿐이며 유죄를 의미하지 않는다. 혐의의 진위는 경찰 수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신상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대하거나 추측성 보도로 여론을 몰아가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장급 공무원은 단순한 관리자 이상의 위치에 있다. 주요 정책을 조율하고 조직을 이끌며 수많은 공직자의 업무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간부다. 특히 부하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간부가 성 비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공직사회가 쌓아온 신뢰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더욱이 지금은 도정 수장이 바뀌는 과도기다. 조직은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인사를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행정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간부 공무원들은 흔들림 없는 리더십과 엄격한 자기관리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도정을 이끌어야 할 핵심 간부가 수사 대상이 되면서 조직 내부는 어수선해졌고, 도민들의 시선도 차갑게 변하고 있다.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책임감을 요구받는다. 특히 고위 공직자라면 법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품위와 절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번 사건은 그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충남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대 비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종완 행정부지사도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민이 원하는 것은 원론적인 입장 발표가 아니다. 실제로 원칙이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수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다면 직급이나 경력, 과거의 공로를 이유로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며, 신속하고 엄정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 2차 피해 방지 대책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서도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문화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회식 문화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는지, 상급자의 권한이 잘못 행사될 여지는 없는지, 내부 신고 시스템은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성 비위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조직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사건을 조직 보호 차원에서 축소하거나 쉬쉬하려는 태도는 더 큰 불신을 낳는다. 그렇다고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실관계를 단정하고 여론재판을 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도, 성급한 단죄도 아니다.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그리고 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원칙이다.
도정은 바뀔 수 있지만 공직자의 책임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도정이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적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남도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공직사회의 윤리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충남도가 강조한 '무관용 원칙'이 단순한 구호에 그칠지, 실제 행정 원칙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후속 조치가 답할 것이다. 도민들은 사건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조직의 체면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의 신뢰다. 일부 간부의 일탈이 충남도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공정한 처분, 그리고 강도 높은 공직기강 확립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새 도정이 도민에게 보여줘야 할 첫 번째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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