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를 폐차할 때 얼마를 받아야 적정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차종과 연식, 부품 상태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지만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가격 정보는 제한적이다. 차량 인수부터 말소등록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대부분의 차주에게 익숙하지 않다.
폐차 시장의 정보 격차가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차주가 여러 폐차장의 견적을 비교하고 거래 상대를 선택한 뒤, 차량 인수와 말소등록 과정까지 온라인으로 확인하려는 수요다. 다만 플랫폼을 허용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중개 수수료와 말소등록, 개인정보 관리까지 책임 범위를 함께 정해야 한다.
온라인 폐차 중개 서비스 '헤이딜러 폐차'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가 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6월 전국 20~69세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9%는 온라인 폐차 중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0%였다.
폐차 경험자 1243명 가운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3.7%로 더 높았다. 직접 폐차를 겪은 소비자일수록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셈이다.
◆폐차 경험 뒤 커진 가격 불신
소비자가 온라인 중개를 원하는 배경에는 절차와 가격에 대한 정보 부족이 있다. 전체 응답자의 52.2%는 폐차 절차를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폐차 경험자의 53.5%는 자신이 받은 견적이 적정한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고 응답했고, 45.1%는 여러 폐차장의 견적을 비교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폐차는 차량의 운행을 끝내는 절차이면서 남아 있는 자산 가치를 처분하는 거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업체가 제시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여러 조건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조사에서도 온라인 중개와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데 전체 응답자의 69.2%, 폐차 경험자의 78.5%가 찬성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아닌 사업자가 영업 목적으로 폐차 대상 차량을 수집하거나 폐차업자에게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폐차 업무의 주체를 등록 사업자로 제한해 불법 유통과 말소 누락 등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차량을 직접 해체하지 않고 차주와 관허 폐차장을 연결한다. 기존 법률이 만들어질 당시와 다른 거래 방식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수요와 규제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정부는 전면 허용 대신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모바일 폐차 중개 서비스 3건에 실증특례를 부여해 등록 폐차업자가 아닌 플랫폼도 일정 조건에서 중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폐차 중개가 정식 업종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며 제한된 범위에서 사업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온라인 중개의 책임 범위
온라인 중개가 제도권에 들어가려면 가격 비교 이상의 장치가 필요하다. 견적에 포함된 차량 가격과 탁송비, 중개 수수료, 취소 비용을 소비자가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높은 가격으로 차량을 확보한 뒤 현장에서 감액하거나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행위도 통제해야 한다.
말소등록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폐차는 등록된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에게 맡기고 폐차인수증명서를 발급받아야 말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말소가 끝나지 않으면 자동차세나 책임보험 과태료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했다면 차량 인수 이후 말소 완료 여부까지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폐차 견적을 받는 과정에서는 차량번호와 소유자 정보, 연락처, 차량사진 등이 여러 사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견적에 참여한 업체가 해당 정보를 얼마나 보관하는지, 거래가 끝난 뒤 언제 삭제하는지도 제도화 과정에서 다뤄야 한다.
기존 폐차업계의 반발도 변수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실증특례가 기존 시장 질서를 흔들고 사업자의 플랫폼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소비자에게 높은 견적을 제공하는 경쟁이 폐차장의 수익성과 적정 처리 비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사업자 보호를 앞세워 가격 비교를 막으면 소비자는 정보 부족을 계속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플랫폼의 책임과 거래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중개만 허용하면 과거의 불법 알선 문제가 온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
폐차 경험자일수록 가격 비교와 온라인 중개를 원한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이제 쟁점은 서비스를 허용할 것인지보다 어떤 기준으로 허용할 것인지에 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면서도 차량 인수부터 말소등록까지 플랫폼이 책임질 범위를 정하는 일이 온라인 폐차 시장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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