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증시 ‘불장’이 금융권에 두 개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증시 활황과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1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가계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면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연간 관리 목표를 넘어섰고, 은행권의 ‘대출 죄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합계 컨센서스는 5조7778억원이다. 1분기 순이익 5조3288억원을 더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11조106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 10조3254억원보다 7.6% 증가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KB금융은 2분기 1조9140억원, 상반기 누적 3조80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3조3087억원이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2조4555억원, 1조53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시 활황은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실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 자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과 자산관리(WM) 수수료 개선이 대표적이다. 견조한 이자이익에 비이자이익까지 가세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 ‘빚투’에 신용대출 급증…연간 가계대출 목표 벌써 초과
하지만 같은 증시 활황은 가계대출 시장에서는 또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를 타고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49조6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조6912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 4조3400억원을 이미 약 3500억원 넘어선 수준이다.
증가세는 신용대출에서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0조468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376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7608억원을 크게 웃돈다. 증시 활황과 맞물려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연간 관리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하반기 대출 증가 폭을 억제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자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금리도 가계에는 부담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기준 연 4.77~7.49%로 집계됐다. 한 달여 만에 금리 하단이 0.31%포인트 상승했다.

결국 증시 불장은 금융권에 상반된 풍경을 만들고 있다. 금융지주는 이자이익과 증권·WM 부문의 수익 개선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하고 있지만, 가계에서는 ‘빚투’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면서 5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하반기에는 이 간극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과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모색하는 사이,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어서다. 같은 불장이 금융회사에는 실적 개선의 기회가 되고,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가계에는 더 좁아진 대출 문으로 돌아오는 ‘불장의 두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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