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압수수색에 다시 뜬 ‘8주룰’…車보험 개편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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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자생한방병원 압수수색을 계기로 멈춰 있던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반발로 미뤄졌던 ‘8주룰’ 도입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도 장기 치료 관리 방안 마련에 기대를 걸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4곳이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한약을 처방해 수백억원대 보험금을 부당 청구했다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조치다.

자생한방병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병원 측은 “한약은 환자의 증상과 체질,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처방전에 따라 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관련 법령과 의료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진료하고 있으며 과거 유사한 고소·고발도 모두 무혐의 또는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이번 사건을 특정 의료기관의 문제를 넘어 자동차보험 진료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치료가 장기화될수록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지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보험은 환자가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고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심사를 거쳐 보험사가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환자가 비용 부담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 치료나 고가 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커지는 한방진료 비중…장기 치료에 몰린 경상환자

한방진료는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1조6972억원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60.4%를 차지했다.

경상환자 치료에서도 한방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경상환자 한방 치료비는 1조961억원으로 양방(2616억원)의 4배를 웃돌았으며, 환자 1인당 치료비도 한방이 약 108만원으로 양방(36만원)의 3배 수준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4곳(삼성·현대·KB·DB)의 자동차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환자의 88.6%는 사고 후 8주 내 치료를 마쳤지만, 치료가 8주를 넘긴 환자의 87.8%는 한방 치료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장은 “2025년 통계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가 한방에 집중되는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국민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객관적인 통계와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계는 한방진료 증가를 곧바로 과잉진료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 수요와 만족도가 높아진 결과일 뿐이며 개별 사건을 전체 한방진료 문제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 보험금은 대인·대물 보상 등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되는 만큼 진료비 증가만을 문제 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의료계 반발에 멈춘 ‘8주룰’…이번엔 달라질까

보험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8주룰’이다.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어 치료를 계속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이자는 취지다.

보험개발원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동차보험료가 약 3%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과 이해관계 조정으로 도입은 수차례 연기됐다. 현재 관련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마쳤으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보험업계는 이번 수사가 제도 개선의 명분을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2024년 97억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708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비수가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손해율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든 한방병원이 문제라는 뜻은 아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경상환자의 치료가 과도하게 길어지는 사례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며 “보험금 누수는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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