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유진 당첨 논란에 드러난 청약시스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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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결국 돈이 있어야 청약도 할 수 있다."

아이브 안유진 '디에이치 방배' 청약 소식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는 허탈감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청약통장을 오래 넣어도 의미가 없다", "당첨돼도 계약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건 다름 아닌 비난 방향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유진 개인을 향한 비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청약 제도와 자산 양극화에 대한 좌절이 자리하고 있다. 특정 연예인 청약 성공보다 자신은 당첨돼도 계약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박탈감이 더 큰 셈이다.

디에이치 방배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20억원을 웃도는 하이엔드 재건축 단지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20%, 중도금은 60%, 잔금은 20%다. 사업주체가 중도금 대출을 보장하지 않는 데다 정부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까지 제한되면서 분양대금 상당 부분을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청약 당첨이 곧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계약금만 수억원에 달하고 중도금과 잔금까지 감당하려면 상당한 현금 동원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 최고 분양가 기준 계약금만 약 4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연봉 7000만원 수준 직장인이 세전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6년 이상 모아야 하는 규모다. 일부 하이엔드 청약시장이 사실상 현금 부자만 계약까지 완주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디에이치 방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 주요 분양 단지에서는 "당첨보다 자금조달이 더 어렵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청약은 여전히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지만, 계약 여부는 결국 자금력이 결정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당첨 공정성과 계약 공정성 사이에 점점 더 큰 간극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유명인 부동산이 대두될 때마다 주요 관심은 시장 구조보단 개인에게 쏠리곤 한다. 하지만 제도 허용 범위 안에서 이뤄진 행위와 제도 자체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 도덕성 문제로 치환하면 정작 바꿔야 할 시스템은 논의에서 멀어진다.

청약 제도 본래 취지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일부 시장에서는 '당첨 기회'가 아닌 '자금력이 있어야 완주할 수 있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청약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계약 문은 충분한 현금을 가진 사람에게만 열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건 "안유진이 왜 청약에 성공했느냐"가 아니다. 왜 청약시장이 당첨보다 계약이 더 어려운 시장이 됐는지, 청약이 여전히 실수요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개인을 향한 분노는 잠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향한 질문이 없다면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바꿔야 할 부분은 누군가 이름이 아니라, 청약이 다시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장과 제도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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