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익숙한 담론이 됐다. 그러나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INSEAD) 연구진이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스타트업 2891곳을 분석한 연구는 AI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AI는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I를 핵심 기술로 운영하는 'AI 네이티브(AI Native)' 기업은 일반 스타트업보다 평균 직원 수가 약 25% 적었고 관리자 계층도 더욱 단순했다. 반면 직원 1인당 기업가치는 더 높았다.
특히 상담과 교육, 헬스케어 등 사람 중심 산업에서는 직원 수가 최대 70% 적은 사례도 확인됐다. AI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기업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AI 네이티브 기업일수록 신입 채용 비중은 낮은 반면 숙련된 엔지니어 비중은 높았고, 관리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인 관리와 보고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문제 해결과 제품 개발,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과거에는 조직이 커질수록 중간관리자와 지원 조직도 함께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I는 정보 수집과 분석, 문서 작성, 일정 관리 등 관리 업무를 지원하면서 보다 수평적이고 민첩한 조직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많은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는 의미다.
채용 기준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인재보다 AI와 협업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직급보다 역할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이 직무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디지털 활용 역량을 강조하는 흐름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대학 교육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AI 활용법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방식,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확대돼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인시아드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사람의 자리를 모두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일하는 방식과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결국 AI 시대 기업과 교육기관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더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더 적은 인원으로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을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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