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는 SK하이닉스의 265억달러(약 40조원) 조달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외국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최근 AI 반도체 투자심리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진행되는 초대형 상장인 만큼, 환율과 투자심리, 기업가치 재평가 여부가 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다.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으며 총 공모 규모는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넘어선 외국기업의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다.
공모 흥행도 성공적이었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는 모집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고, 공모가는 한국 증시 종가를 ADR 기준으로 환산한 가격보다 약 2.9% 높은 149달러로 결정됐다. 대규모 IPO가 기존 주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공모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프리미엄 프라이싱(Premium Pricing)'이라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성장성과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265억달러'의 힘…원화 강해질까
시장에서는 우선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확보한 265억달러는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자금이다. 향후 국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할 경우 달러 공급이 늘어나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해외 투자와 현지 법인 운영, 달러 표시 설비투자 등에 우선 활용되고, 국내에서 필요한 자금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분산 환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외국인 자금 동향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 자금을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생산시설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 증시엔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험대
증시에서는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세계 1위이자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경쟁사인 마이크론을 실적과 수익성에서 앞서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연기금, 패시브 자금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을 상장한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가 자금이 유입되며 기업가치가 재평가된 TSMC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다만 ADR은 기업가치 재평가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를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만능 호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이번 공모가 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효과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인 만큼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할 경우 밸류에이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결국 AI 메모리 수요와 HBM 경쟁력,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투자 지속 여부, 실적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나스닥 상장이 단순한 해외 자금 조달을 넘어 환율과 증시, 기업가치 재평가 등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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