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100조 단기조달 시대”…49개 증권사 유동성 규제 전면 확대

마이데일리
금융위원회/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를 통한 증권업권의 단기 조달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규제를 전면 강화한다. 자산 규모보다 위기 상황에서 실제 채무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바꾸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에만 적용되는 유동성 규제가 49개 전체 증권사로 확대된다. 금융위는 충분한 적응 기간을 고려해 개정안을 2027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유동성 평가 기준이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조정자산'과 '조정부채'를 기준으로 증권사의 지급 능력을 평가한다.

조정자산은 시장 충격을 가정해 시장성 증권의 가치를 일정 부분 할인한 자산을 의미한다. 조정부채는 현재 부채뿐 아니라 우발채무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담까지 반영한 개념이다. 평상시 재무 상태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취지다.

이번 규제 개편은 증권사들의 조달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시장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IMA와 발행어음 사업 확대를 앞두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외형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발행어음과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 외부 조달을 활용한 사업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증권업권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3월 말 기준 비매칭 차입부채도 자기자본의 약 2.2배(발행어음 제외 시 1.6배) 수준까지 늘어나는 등 외부 조달 의존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역대급 실적에도…“100조 단기조달” 증권사 유동성 경고음>

금융당국이 유동성 관리 체계를 손질하는 배경에는 과거 시장 불안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단기자금 시장이 흔들렸고,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이어지면서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늘리거나 투자 규모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져 자기매매와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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