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파업 카드를 선택했다. 올해 사측과의 임금 협상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사측은 영업이익 감소세 등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방어선 구축에 나섰지만, 노조는 물가 상승에 따른 보상과 정년 연장 등 핵심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2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매일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확정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파업 일정에 따라 노조는 13일 사업부별 보고대회를 시작으로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2시간씩 하루 총 4시간가량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14일에도 선거구별 보고대회를 열고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며, 15일에는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와 연계해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노조는 필수 협정에 따른 근무를 제외한 평일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 거부에 먼저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 당시 결정한 지침에 따른 것으로, 직무교육을 제외한 회사 주관 교육도 거부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 자체는 유지되지만 추가 생산분은 순차적으로 빠지게 된다. 평일 저녁 연장근로가 중단된 데 이어, 오는 11~12일 주말 특근도 무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전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에서 15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잠정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교섭은 협의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됐으며, 차기 교섭 일정은 현재까지 미정이다.
15차 교섭에서 사측은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1000만원 △자사주 15주 지급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조가 최초 요구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안과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사측이 추가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에는 ‘실적 둔화(피크아웃)’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5%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196만 62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판매(31만 6713대)가 10.8%나 급감했고, 해외 판매(164만 9554대)도 3.7%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5조938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조 58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8% 급감하며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됐다.
사측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재원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고정비 성격이 짙은 기본급과 상여금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향후 다운턴(경기 하강기)이 올 때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노조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물가 기조를 고려할 때 대대적인 실질임금 인상이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그간 최고 실적을 견인해 온 조합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미래 고용 안정과 관련된 쟁점들도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해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청년 고용 절벽 우려와 호봉제 구조 하에서의 인건비 부담 고착화를 이유로 정년 연장 법제화 전까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생산 라인 내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확약 요구도 핵심 쟁점이다. 노사가 미래 산업 전환 과정에서 근무환경 개선 노력을 약속하는 원칙적 공감대는 이뤘고 완전 월급제나 노동시간 단축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 논의하기로 물러섰으나, 현장의 고용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다만 노조는 파업을 예고한 상태에서도 사측과의 교섭 창구는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파업 돌입 전 사측이 전향적인 4차 수정안을 제시하고 노사가 잠정 합의를 이뤄내면 파업이 유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