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증시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자 손실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반도체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음의 복리’ 효과까지 겹치며 출시 한 달여 만에 대부분 상품이 상장가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당국도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은 상장 기준가인 2만원을 밑돌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25%, 5.68% 급락하면서 관련 ETF는 하루 만에 10~13%대 하락했고, 최근 이틀간 낙폭이 더욱 확대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일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처럼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구조적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이 ‘음의 복리’와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다. 매일 수익률을 새로 계산하는 구조여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급등락 과정에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하루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0% 오르면 일반 투자상품의 손실은 제한적이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손실 폭이 더 커진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러한 효과는 더욱 확대돼 장기 보유할수록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개별 종목 주가보다 레버리지 ETF의 손실 폭은 훨씬 컸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일정 기간 사실상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음에도 관련 레버리지 ETF는 6% 이상 하락했고,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도 현물 하락률보다 두 배 이상 큰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가도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등락 진폭이 커지면 변동성 드래그가 발생한다”“며 “현재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장기 보유에 따른 가치 훼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 손실을 호소하거나 손절 여부를 고민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논란은 개별 투자자 손실을 넘어 시장 전반으로도 번지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운용 과정에서 매일 비중을 조정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비중을 줄이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리밸런싱이 주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장폐지까지 거론하며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후속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보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오는 10일 주요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ETF 시장 현안을 논의하며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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