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우리금융그룹 편입 1년을 맞은 동양생명이 체질 개선과 수익성 부진이라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자본건전성은 빠르게 회복됐고 그룹 차원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한 걸음 다가섰지만, 순이익과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뒷걸음질쳤다. 지난 1년이 조직 안정화와 체질 개선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ABL생명과의 통합 시너지와 실적 회복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달 1일을 기준으로 우리금융그룹 편입 1주년을 맞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하며 은행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험까지 확대했다. 이후 동양생명은 자본건전성 강화와 영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했고, 우리금융은 완전자회사 편입 절차를 추진하며 그룹 차원의 보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년간 가장 큰 변화는 건전성이다. 동양생명의 K-ICS(지급여력) 비율은 2024년 말 155.5%에서 지난해 말 179.8%, 올해 1분기에는 189.6%까지 상승했다. 후순위채 발행과 공동재보험, 위험자산 축소 등을 통해 자본 부담을 줄였고 보험금지급능력 신용등급도 ‘AA+’로 상향됐다. 듀레이션 갭 역시 크게 축소되면서 금리 변동 대응력도 개선됐다.
우리금융 편입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5억달러 규모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우리금융 편입 이후에는 2000억원 규모 원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편입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고 신용등급 상향으로 자본 조달 경쟁력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보험 본업의 체력도 나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보험손익은 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41억원보다 크게 증가했고, CSM 상각도 621억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실적은 후퇴…투자손익·신계약 부진 ‘숙제’

반면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올해 1분기 연결 순이익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462억원)보다 45.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시기 587억원에서 311억원으로 47%나 줄었다. 미래 이익의 원천인 신계약 CSM은 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4%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결정적 요인은 투자손익이었다. 올해 1분기 투자손익은 87억원으로 전년 동기 546억원보다 84.0% 급감했다. 이자·배당수익은 2332억원으로 늘었지만 보험금융비용이 354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이를 상쇄했다. 고금리 환경과 회계상 금융비용 부담이 수익성을 끌어내린 것이다.
신계약 지표도 부진했다. 올해 1분기 전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3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5% 감소했고, 보장성 APE도 1183억원으로 35.3% 줄었다. 신계약 CSM 역시 945억원에 그치며 미래 수익 창출력이 둔화됐다.
다만 이 같은 수치 변화를 두고 단순히 영업 경쟁력 약화만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단기적으로 CSM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건강보험 판매를 줄이고 장기납 종신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신계약 CSM은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7% 감소한 반면 종신보험 신계약 CSM은 321억원으로 31.9%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건강보험은 단기간 CSM 확대에는 유리하지만 손해율과 유지율 변동성이 크다. 반면 장기납 종신보험은 외형 성장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계약 유지율과 자본 효율성이 높다. 이 지점에 대해 업계는 동양생명이 몸집보다 체질을 선택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남은 과제는 통합 시너지…소액주주 반발 달래기 성공할까
남은 과제는 우리금융과의 통합 시너지다. 우선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는 교환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둘러싼 소액주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가격을 기존 8505원에서 9356원으로 10% 상향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완전자회사 편입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ABL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총자산 약 55조원 규모의 생명보험업계 5위권 보험사가 탄생한다. 중복 조직과 영업채널을 효율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여 그룹 차원의 보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시니어 사업도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한다. 동양생명을 중심으로 시니어 특화 금융상품을 확대하고 실버타운 등 요양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KB·신한·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시니어 사업 경쟁에 뛰어든 만큼 우리금융도 보험 계열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성대규 대표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 대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역시 동양생명과 ABL생명 통합을 염두에 두고 성 대표를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이 체질 개선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통합 시너지와 수익성 회복까지 입증해야 하는 두 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는 최근 우리금융 편입 1주년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에게 “체질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리금융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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