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7년 넘게 가격 담합을 벌인 전분당 제조·판매업체 4곳에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7일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전분당 제조·판매업체 4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담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상 2341억원, 사조씨피케이 2001억원, 삼양사 2103억원, CJ제일제당 1029억원이다.
이들 4개사는 기업 간 거래 전분당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규모 차이가 시장점유율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을 원료로 만드는 당류다. 물엿, 올리고당, 포도당, 과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모두 13차례에 걸쳐 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을 6조525억원으로 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보고 관련 매출액의 15%를 기본 부과기준율로 적용했다. 이후 조사·심의 협조 등을 고려해 4개사 모두 20%를 감경했다. 대상은 법 위반 전력이 있어 10% 가중됐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본 부과기준율 15%를 적용한 뒤 가중·감경 사유를 반영했다”며 “조사와 심의 협조를 고려해 4개사 모두 20%를 감경했고, 대상은 법 위반 전력이 있어 횟수 가중으로 10%를 추가 적용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2022년 11월 담합 시작 시점보다 판매가격을 최대 73% 인상했다.
전체 기업 간 거래처를 대상으로 판매가격 인상 합의를 실행한 사례는 모두 7차례로 조사됐다.
옥수수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원가 하락분보다 판매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인하 시기도 늦추기로 합의한 사례가 5차례 확인됐다.
공정위는 원가가 하락했음에도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이 개선됐고, 그 부담이 실수요처와 대리점,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판단했다.
실수요처 가운데 한 곳인 동서식품에 대해서는 자체 계산식에 따라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가격 산정의 핵심 항목 금액을 공동으로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4개사는 임원급 모임에서 목표 가격과 인상 시기 등을 합의했고, 팀장급 모임에서는 가격 변동 근거와 사업자별 공문 발송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 발송 당일에는 다른 회사를 방문해 합의 내용이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한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별도로 4개사에 전분당 제품 가격을 담합 이전의 경쟁이 회복되는 수준으로 다시 결정하라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4개사는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재결정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지난 5월 밀가루 담합 사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장기간 업계 관행처럼 이어졌고, 지난 20여년간 4개사의 과점 체제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담합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이들 4개사를 10조원대 가격담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남 부위원장은 “검찰은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부산물 담합을 함께 기소했다”며 “입찰담합은 시작 시점을 공정위와 다르게 봤고, 관련 매출액도 형사 제재와 경제적 제재의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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