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AX(인공지능 전환) 인프라를 앞세워 통신업의 새 성장판을 열겠다는 대형 청사진을 잇달아 꺼냈다. SK텔레콤은 최대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KT는 보안·네트워크와 AX 인프라에 총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통신 본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자 AI 인프라를 미래 수익원으로 키우겠다는 승부수다.
문제는 돈 버는 힘이다. 1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빠르게 늘었지만 아직 전체 실적을 바꿀 만큼의 비중은 아니다. 2분기 수익성 회복도 AI 성과보다는 통신 본업과 비용 통제, 일회성 요인 해소에 더 기대고 있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체력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SKT는 15GW, KT는 18조…통신사 AI 인프라 승부수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최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서남권 1GW 추가 구축 등을 포함해 2029년부터 국내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열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2035년까지 15GW 규모로 순차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이번 구상을 통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 인터넷에 이은 세 번째 국가 인프라 혁명으로 규정했다. SK그룹의 반도체·에너지·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결집하고, SK텔레콤은 ‘AI 인프라 설계자’로 설계·구축·운영을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KT도 박윤영 대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AX 플랫폼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KT는 정보보안·IT·네트워크 경쟁력 강화에 3년간 약 12조원을 투입하고, AIDC·AI 에지·해저케이블 등 AX 인프라 구축에 약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규모만 18조원이다.
KT는 약 5조원을 들여 1GW 규모 AIDC를 실수요 기반으로 추가 구축하고, 1조원을 투입해 해저케이블 공급 규모를 90Tbps 이상 늘릴 계획이다. 단순 통신망 사업자를 넘어 AI 시대의 연결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 성장률은 높지만 아직 ‘주력 수익원’은 아니다
문제는 실적 기여도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923억원, 영업이익 537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늘었다. 성장률만 보면 뚜렷한 성과지만,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아직 절대 규모는 제한적이다.
LG유플러스도 AI 데이터센터 성장이 기업 인프라 부문을 견인했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AIDC 매출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3조8037억원, 영업이익은 2723억원이었다. AIDC가 성장축으로 부상한 것은 맞지만, 전체 수익 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정도는 아니다.
KT는 더 복합적이다. KT의 1분기 연결 매출은 6조7784억원, 영업이익은 482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일회성 분양이익에 따른 높은 기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박윤영 대표가 AX 전환을 전면에 세웠지만, 당장의 실적은 유무선 통신과 그룹사, 부동산 기저효과 등 기존 사업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통신사들이 AI 인프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AI가 이미 본업을 대체할 만큼 돈을 벌고 있어서가 아니다. 기존 통신 사업만으로는 중장기 성장률을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성장률이 높지만, 대규모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앞으로 매출 규모와 이익 기여도를 동시에 키워야 한다.

◇ 2분기 실적 회복도 AI보다 비용 통제
2분기 실적 전망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4473억원으로 추산됐다. SK텔레콤 5271억원, KT 6135억원, LG유플러스 3067억원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 회복세다. 그러나 실적 개선의 핵심을 AI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이버 침해사고 수습 비용 기저효과와 비용 안정화가 반영되고, LG유플러스는 가입자 기반 확대와 비용 통제가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다. KT는 지난해 2분기 서울 자양동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부동산 이익이 반영돼 단순 전년 비교가 어렵다.
IT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AI 데이터센터와 AX 인프라를 새 성장축으로 삼는 방향은 맞지만, 대규모 설비투자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앵커 고객 확보와 전력·입지 문제, 투자 회수 기간을 얼마나 관리하느냐가 AI 인프라 경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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