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의 포인트] '1980년 5월' 조롱한 아이들, 공동체 망가뜨린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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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일러스트레이션 /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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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적당히 해."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1980년 5월 민주항쟁을 조롱하는 언행을 이어가던 순간, 말리던 광주제일고 감독이 한 한마디가 지금도 귓가를 때린다. 조롱보다 더 아련한 것은 이 감독의 외침이 준 간절함이었다.

짧았던 외침에는 학생들을 향한 꾸중만 담겨 있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진실한 역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어른의 자책,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며 살아왔는가"라는 절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참 아픈 말이다. 그 전에 미리 말한다. 필자는 소위 '대구 사람'이다. 그렇다고 부끄럽지 않다. 대구경북은 근·현대 민주주의의 상징 장면이 많았던 곳이다. 그리고 필자는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못했던 1990년대 초 대학을 다녔다. 이 글을 쓰면 정치적 색깔을 덧씌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역을 들먹이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밝힌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는 그 가치보다 더 중요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서설을 털고 배재고 야구 논란 후 안타까운 것부터 이야기해본다.

"왜 광주이고 5·18인가?"

1980년 5월 민주항쟁은 광주만의 역사도, 1980년 5월 18일의 기억만도 아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5월 민주항쟁의 과정을 보고 배웠다. 이 순간은 단순히 광주만도, 그 시간만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그 역사를 조롱하는 순간, 우리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것이다.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비겁하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어른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은 스스로 그런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 사회가 만든 문화를 배울 뿐이다. 작은 날갯짓이 공동체를 흔든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통해 작은 날갯짓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말 한마디, SNS 게시물 하나, 역사적 상징을 가볍게 소비한 이벤트 하나가 당장은 해프닝처럼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문화가 된다. 문화는 다시 다음 세대의 상식이 되고 규정화한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포인트'는 이것이다. 배재고 학생들의 행동이 특정 기업인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나 그래도 그 밑그림은 되새결 봄직하다.

△먹고 살게 하는 기업인은 공동체 리더…'어른'으로 책임해야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역사와 정치적 상징을 소비하는 데 지나치게 무감각했던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감스럽게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그는 과거 '멸콩'(멸치콩) 논란을 빚었다.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비판이 맞섰다. 필자는 지금도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기업인의 자유에는 그만큼 큰 책임도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스타벅스를 둘러싼 '탱크데이' 논란 역시 많은 국민들에게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역사적 감수성의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기업은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할 수 있고 그 변명은 이해도 된다. 하지만 공동체는 의도보다 결과를 기억한다. 리더는 의도만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까지 책임지는 자리가 리더의 자리다.아이들은 역사가 아니라 어른을 배운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기 전에 어른들의 행동을 본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지만 사회에서는 조롱과 혐오, 갈등과 편 가르기를 본다. 역사를 존중하라고 배우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역사적 상징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정치적 메시지로 소비하는 장면도 함께 본다.

물론 기업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기업인은 정치인 못지않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최근 기업인이 주목받는 인물이라는 여론조사만 봐도 그렇다. 브랜드는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문화를 함께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은 기부나 봉사활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를 존중하는 언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태도, 역사를 소비하지 않는 절제가 함께 따라야 한다.

△기업인은 '장사만 잘 하는 사람' 아니어야

ESG가 말하는 사회적 책임의 본질도 결국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매출이 기업의 '성장'을 증명한다면 공동체에 대한 존중은 기업의 '품격'을 증명한다.

이제는 '어른'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인들부터 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세계에서 부각받는 이유는 누구나 부인하지 못한다. '공동체를 고민하고, 공동체를 기반으로, 공동체가 기업의 기반'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그 자세다.

기업인은 '장사를 잘 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책임지는 어른이 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옛날 자신의 재벌보다 공동체를 귀하게 여긴 경영인을 생각하라. 나비효과를 부른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책임지는 그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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