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모면을 위한 '몸부림'…동전주, 퇴출 칼날에 합병·병합 '총동원'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동전주' 퇴출을 겨냥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저가주 기업들의 생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식병합이 급증한 데 이어 시가총액 기준 미달 위험에 놓인 일부 기업은 계열사 합병까지 추진하며 상장 유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달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이 상장폐지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본업 경쟁력 회복보다 상장폐지 요건 회피에만 몰두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대상으로 한 상장폐지 요건이 새롭게 시행됐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시가총액 기준도 강화됐다. 유가증권시장은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됐다. 내년부터는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으로 추가 강화된다.

◆ 상폐 칼날에 주식병합 243건 '폭증'…코스닥에 집중

강화된 퇴출 기준에 저가주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대표적인 대응 수단은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주식병합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발표된 지난 2월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추진된 주식병합은 총 243건에 달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51건, 코스닥시장 192건으로 동전주가 상대적으로 많은 코스닥에 병합 움직임이 집중됐다.

지난 2024년 1월1일부터 7월2일까지 주식병합은 4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건에 불과했다. 올해는 집계 기간이 약 5개월로 더 짧음에도 병합 건수가 폭증한 셈이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식을 일정 비율로 합쳐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가령 주가 500원인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하면 이론상 주가는 5000원으로 높아진다. 기업가치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당 가격이 상승해 1000원 미만 동전주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국도 반복적인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한 상장폐지 요건 우회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1년 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추가 병합·감자가 금지된다. 같은 기간 10대1을 초과하는 주식병합과 감자도 제한된다.

◆ 주가 높인 병합, 시총 키우는 합병…상폐 회피 '안간힘'

상장 유지를 위한 움직임은 주식병합에 그치지 않는다. 주당 가격을 높여 동전주 기준에서 벗어나는 데 이어 시가총액 미달 위험에 놓인 일부 기업은 계열사 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거나 개별 상장사의 퇴출 위험을 해소하는 방안까지 꺼내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맥스(115160)와 휴맥스홀딩스(028080)다. 휴맥스는 지난달 30일 휴맥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2일 기준 휴맥스와 휴맥스홀딩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263억원, 171억원이다. 휴맥스홀딩스는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인 200억원을 밑돌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휴맥스에 흡수돼 독립된 상장사로서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양사 역시 이같은 상장폐지 위험을 합병 배경으로 숨기지 않았다. 경영자원 통합과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합병 목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에 직접 명시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 3월 주식병합도 결정했다. 당시 휴맥스 주가는 678원으로 현재의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인 1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주식병합으로 주당 가격을 높인 데 이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시가총액 기준 강화에도 대응하는 셈이다.

엔피(291230)도 비슷한 생존 전략에 나섰다. 시가총액 179억원인 엔피는 시총 402억원 규모의 위지윅스튜디오(299900)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현재 엔피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인 200억원을 밑돌고 있다. 합병을 통해 양사의 사업과 자산을 하나로 합치면서 존속법인의 기업 규모를 확대하고 주가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는 구조다.

엔피 역시 합병 공시에서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주식병합도 결정했다.


◆ 병합·합병은 '응급처방'…결국 본업 경쟁력이 생존 가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합법적인 자구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소액주주 역시 시장 유동성을 잃고 투자금 회수 기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병합이나 계열사 합병 역시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상장폐지 위험을 낮추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필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장폐지 요건을 피한 이후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거나 계열사를 합쳐 기업 규모를 키우더라도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강화된 퇴출 기준을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데 성공하더라도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시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인적·재무적 여력이 제한된 한계기업일수록 주식병합이나 합병,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 상장 유지에 자원을 집중할 경우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인적·재무적 자원이 제한적인 코스닥 기업들이 본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뒷전에 두고 상장 유지에만 사활을 거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형자산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직원 교육 강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주식병합이나 시가총액이 저조한 계열회사 간 합병 등을 느닷없이 추진하거나 호재성 공시 남발 등을 통해 주가를 반짝 부양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는 기조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병합이나 합병은 상장폐지 기준을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경쟁력까지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확보한 시간 안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본업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실질적인 생존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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