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랬을까" 모자 내동댕이치고, 끝내 그라운드에 '대자'로 드러누운 국가대표 중견수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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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이 다 잡은 타구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주저앉고.

그동안 우리가 알던 '트중박' 박해민이 맞나 싶은 정도였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30일 고척돔의 외야는 그야말로 그에게 수난의 연속이었다.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는 최하위 키움이 안우진을 앞세워 1위 LG를 6-0으로 완파하며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이날 키움 선발 안우진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⅔이닝 1피안타 3사사구 11탈삼진이라는 압도적인 위력투를 선보이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안우진의 구위는 분명 리그 최고 수준이었지만, LG 중견수 박해민이 보여준 두 번의 숨 막히는 수비가 성공했다면 경기의 흐름이 어디로 튀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박해민의 글러브에 들어간 공이 튀어 나오며 안타를 허용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박해민이 간발의 차로 타구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그동안 전국 야구장을 누비며 수없이 많은 말도 안 되는 호수비를 보여줬던 박해민이었기에, 이날 그가 보여준 아쉬움은 현장을 찾은 야구팬들도 탄식했다.

박해민의 수난은 1회말부터 시작됐다. 1회말 2사 2루 위기 상황에서 키움 김건희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를 것처럼 보이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그 순간, 박해민이 믿을 수 없는 스타트와 빠른 발로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석에 이끌리듯 공은 박해민의 글러브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고척돔을 메운 LG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타구의 강한 회전 탓인지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이 야속하게 다시 튀어나왔다. 결국 이렇게 선제 실점으로 허용하고 말았다.

완벽하게 잡았다고 생각한 타구를 놓친 박해민은 자신의 플레이에 너무나도 화가 난 듯했다. 수비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베테랑이지만, 이날만큼은 모자와 글러브를 고척돔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허리를 활처럼 잔뜩 휘어 천장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가 수비 상황에서 이토록 격렬하게 자책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하지만 잔인한 신은 박해민을 가만두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잔인한 장면이 6회말에 찾아왔다. 6회말 1사 1루에서 키움 박찬혁이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이번에도 박해민은 외야 경계선을 지우는 엄청난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타구를 끝까지 쫓아갔고, 다시 한번 몸을 던졌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타구는 글러브 끝을 외면하며 펜스를 맞고 튕겨 나갔다. 그렇게 추가 실점을 허용한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이 펜스로 몸을 날려 잡으려 했지만 놓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박해민이 아쉬움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번에는 정말 잡을 수 있는 타구라 확신했던 것일까. 박해민은 펜스 앞에 멍하니 그대로 주저앉아 허탈해했다. 메워지지 않는 아쉬움과 쏟아낸 체력 때문인지, 끝내 그는 그라운드 위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고척돔의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박해민의 모습에서 그가 느꼈을 무게감과 진한 허탈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격언처럼, 이날은 박해민에게 유독 공이 안 풀리고 얄궂게 튀는 날이었다.

물론 키움 안우진이 시즌 최고의 구위를 뽐내며 LG 타선을 꽁꽁 묶은 완벽한 경기였지만, 박해민에게는 '내가 저걸 잡았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비록 전광판의 결과는 패배였고, 박해민의 글러브는 아웃카운트를 만들지 못했지만 공 하나를 잡기 위해 1회부터 온몸을 던지고, 펜스에 부딪치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버린 박해민의 허슬플레이는 왜 그가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외야수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실패의 아쉬움마저도 아름다운 야구의 열정과 집념이었다.

[간발의 차로 안타를 잡지 못한 박해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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