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고객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때 LCC 국제선의 중심은 한국인 해외여행객이었다. 그러나 방한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일본·중화권·동남아 이동 수요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승객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089590) 국제선 승객 10명 중 3명이 외국인이라는 수치는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제주항공은 올해 1~5월 국제선 탑승객 358만9000여 명 가운데 외국인이 105만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전체 국제선 승객의 29.5%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인 탑승객 86만여명과 비교하면 23% 늘었다.
그동안 국내 LCC는 한국인의 일본·동남아 여행 수요에 크게 기대왔다. 저렴한 운임과 짧은 비행거리, 높은 운항 빈도를 앞세워 근거리 해외여행 시장을 키웠다. 이번 제주항공의 외국인 탑승객 증가는 그 흐름이 한쪽 방향에만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뿐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한국을 거점으로 다른 지역을 이동하는 외국인 수요까지 LCC 노선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K-컬처 확산과 방한 관광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일본, 중화권,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외국인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한국인 여행객과 외국인 방문객 수요를 균형 있게 확보하는 노선 전략과 고객중심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고, 대한민국 대표 LCC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CC 좌석 채우는 외국인들
제주항공 외국인 승객의 중심은 일본과 중화권이었다. 올해 1~5월 제주항공 국제선을 이용한 외국인 가운데 일본인은 44만9000여명으로 42%를 차지했다.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승객은 32만7000여명으로 31%였다. 외국인 승객 10명 중 7명 이상이 일본과 중화권에서 나왔다.
이 숫자는 제주항공의 인바운드 수요가 장거리보다 가까운 아시아 노선에서 먼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한 관광 수요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과 노선 접근성을 갖춘 LCC가 외국인 승객을 흡수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일본과 중화권은 비행시간이 짧고 여행 빈도가 높아 LCC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시장이다.

노선별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외국인 탑승객이 가장 많은 노선은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으로 11만9000여명이 이용했다. 인천~오사카 노선은 11만5000여명, 부산~타이베이 노선은 5만5000여명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과 대만 노선이 외국인 수요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노선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제주~베이징 노선은 외국인 탑승객 비중이 97%에 달했고, 인천~자무쓰는 93%, 인천~옌지는 84%를 기록했다. 해당 노선들은 한국인 출국 수요보다 외국인 방한과 지역 간 이동 수요가 좌석을 채우는 구조다.
LCC 노선이 한국인 여행객을 밖으로 실어나르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을 국내로 들여오는 통로로도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몽골과 동남아 노선에서도 외국인 비중은 적지 않았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외국인 탑승객 비중은 63%, 인천~마닐라 노선은 51%였다. 인천~싱가포르와 인천~방콕 노선도 각각 44%를 기록했다. 일본과 중화권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동남아와 몽골에서도 인바운드 수요가 제주항공 국제선의 한 축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 목적지이자 동북아 여행 연결점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인 승객의 이용 패턴이다. 올해 1~5월 제주항공 국제선을 이용한 미국인은 4만1000여명이었다. 이 가운데 63%는 제주항공의 한국~일본 노선을 이용했다. 미국인 승객이 한국 노선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묶어 이동하는 다구간 여행 안에서 제주항공을 선택했다.
한국은 외국인에게 최종 목적지이면서 동시에 동북아 여행의 연결점이 되고 있다. K-컬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까지 함께 둘러보는 경우가 늘어나면, 짧은 국제선을 촘촘하게 운영하는 LCC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외국인 승객 증가가 수익 구조 다변화와도 연결된다. 한국인 출국 수요는 환율, 경기, 연휴, 일본·동남아 선호도에 따라 출렁인다. 반면 외국인 방한과 역외 이동 수요를 함께 확보하면 특정 방향의 여행 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국제선 좌석을 한국인 여행객만으로 채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양방향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외국인 승객 증가가 곧 안정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중화권에 외국인 수요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정치·외교 변수, 환율, 현지 경기 흐름에 따른 변동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인바운드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노선 운영뿐 아니라 다국어 서비스, 결제 편의, 현지 마케팅, 숙박·교통 연계 상품의 완성도도 중요하다.
제주항공은 현재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57개 국제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한류스타를 활용한 항공기 동체 래핑, 기획상품, 대표 프로모션 찜 특가, 숙박·교통 제휴할인 등 해외 대상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번 수치가 말해주는 핵심은 마케팅 성과만이 아니다. LCC의 고객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에게 외국인 승객은 더 이상 부수적인 수요가 아니다. 국제선 좌석을 채우는 또 하나의 핵심 고객층으로 올라서고 있다. 한국인 해외여행 수요에 기대 성장해 온 LCC 시장이 이제 외국인 방한과 동북아 이동 수요까지 함께 바라보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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