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배구연맹(KOVO)과 9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7년 7월 KOVO 제6대 총재로 취임한 조 총재는 2026년 6월까지 연맹을 이끌었다. 연맹 출범 후 최장기 KOVO 총재를 맡으며 남녀부 7개 구단 체제를 완성했고,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대내외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이다.
비록 총재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조 회장은 이제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의 구단주로서 V-리그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란다. 서면 인터뷰였지만 조 회장의 배구를 향한 진심은 변함이 없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감사입니다”
Q. 한국배구연맹 총재로서 9년의 임기가 곧 만료됩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감사입니다. 2017년 총재직을 맡은 이후 9년 동안 V-리그는 여러 변화와 과제를 마주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팬 여러분의 성원과 14개 구단, 선수단, 지도자, 심판, 미디어 관계자, 연맹 임직원들의 헌신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니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그보다 V-리그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리그라는 확신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제가 맡아온 역할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한국 배구가 더 높은 기준과 더 넓은 무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비록 한국배구연맹을 떠나게 되지만, 대한항공 점보스 구단주로서 한국 배구의 발전과 V-리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겠습니다.
Q. 총재직을 수행하며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하나의 순간만 꼽기는 어렵지만, 먼저 여자부 제7구단 창단을 통해 V-리그의 외연이 확대된 것은 가장 뜻깊은 일 중 하나였습니다. 구단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팬과 지역이 리그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남녀부 14개 구단 체제가 자리 잡으며 V-리그가 함께 성장하는 리그로서 기반을 넓힌 점은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또 하나는 V-리그의 국제화 입니다. V-리그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 공인구를 도입하였고, 아시아쿼터 제도를 신설해 선수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해외 트라이아웃을 확대해 우수 외국인 선수 유입의 기반을 넓히고, 아시아 각국 배구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선수 교류와 리그 정보 공유, 국제대회 협력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중계방송 해외 송출과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확장하며 글로벌 팬 접점을 확대하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로배구 리그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소년 배구교실 운영과 U-12 남녀 엘리트팀 창단 등 유소년 배구 인프라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한국 배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 배구를 접하고, 꿈을 키우며,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와 성과는 총재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각 구단의 노력과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 그리고 배구계 모든 관계자들의 열정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Q. 2017년 취임 당시 세웠던 목표 중 가장 잘 이뤄진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취임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V-리그가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리그였지만, 프로스포츠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V-리그도 더 넓은 시야와 더 높은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리그의 경쟁 환경을 넓히기 위한 제도적 변화들이 의미 있게 진행됐다고 봅니다.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과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의 자유계약 전환은 선수 구성과 경기력 측면에서 리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프로와 실업이 함께하는 퓨처스 대회 출범 역시 선수 육성과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넓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운영 측면에서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경기운영 및 심판 전문위원회의 통합체제를 구축하고, 심판 양성과 처우 개선을 통해 현장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또한 AI 비디오판독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도 앞으로의 경기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세웠던 목표가 모두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V-리그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무대와 더 높은 기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변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 그것이 가장 의미 있게 진전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재임 기간 중 가장 의미 있는 사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가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V-리그 경기구를 국제 공인구로 변경한 것입니다.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평소 리그에서 사용하던 공과 국제대회 공식구가 달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저는 국제대회와 동일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대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 이사회에서 국제대회 공식구인 미카사 공 도입을 결정했고, 이를 통해 선수들이 보다 일관된 환경에서 경기하고 국제무대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또 하나는 KOVO 창립 20주년을 계기로 추진한 리그 브랜딩과 미래 비전 정립입니다. 20주년은 단순히 지난 시간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V-리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배구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CI와 BI, 우승 트로피, 캐릭터 등을 선보이며 V-리그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팬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리그가 하나의 경쟁력 있는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기력뿐 아니라 리그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스토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KOVO’라는 방향 아래 외국인선수 제도 개선, 아시아쿼터 발전 방향, 2군 리그 도입 추진 등 다양한 미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아직 모든 과제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V-리그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무대와 더 높은 기준을 바라보며 다음 2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반대로 가장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선수 저변 확대와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충분히 빠르게 풀어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V-리그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리그로 성장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선수가 계속 배출되고 국내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재임 기간 유소년 저변 확대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 배구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데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배구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KOVO’ 방향을 제시하다
Q. 2024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글로벌 KOVO’를 외치셨죠. 그 비전 아래 여러 행보를 보이셨는데요.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KOVO’를 위한 행보를 다시 되돌아보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제가 강조했던 ‘글로벌 KOVO’는 단순히 해외 팬을 늘리거나 해외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V-리그가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 배구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더 높은 기준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지난 2년은 어떤 성과를 완성한 시기라기보다 V-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설정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과 제도 개선,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의 변화, 프로와 실업이 함께 참여하는 퓨처스 대회 출범, 국제배구연맹(FIVB) 기준에 부합하는 경기 규칙 및 대회 운영 체계 정비, 그리고 V-리그 해외 중계 확대 등은 모두 리그의 경쟁력과 국제적 기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글로벌 리그는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경기력은 물론 제도와 운영, 콘텐츠, 선수 육성 시스템까지 함께 발전할 때 비로소 국제 경쟁력을 갖춘 리그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일본 SV.리그가 세계 최고 배구 리그를 지향하며 공격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V-리그 역시 글로벌 리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 SV.리그의 변화와 성장 과정은 V-리그에도 분명 의미 있는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배구는 단순히 다른 리그를 따라가기보다 우리만의 현실과 강점을 바탕으로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형적인 규모 확대만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리그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력의 경쟁력입니다. 우수한 국내외 선수들이 V-리그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내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경쟁 속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시아쿼터 제도와 외국인 선수 제도, 퓨처스 대회 운영 등도 결국은 리그 전체의 경기력을 높이고 선수 육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보완·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팬들이 리그를 경험하는 방식의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중계 품질 향상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 강화,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확대, 다국어 콘텐츠 제공, 해외 팬과의 접점 확대 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은 단순히 해외 진출이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코트 안에서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코트 밖에서는 선진화된 운영 시스템과 콘텐츠 경쟁력을 갖출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V-리그도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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