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격해진 소비자, 게을러진 뷰티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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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체크슈머’(확인을 뜻하는 Check와 소비자 Consumer의 합성어)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가격과 브랜드뿐만 아니라 성분·원료·후기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소비를 결정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더욱 엄격해지는 동안 브랜드는 오히려 게을러진 모습이다.

최근 뷰티 브랜드 ‘어뮤즈’(AMUSE)는 레티놀 성분을 배합한 비비크림을 새로 출시했다. 이에 몇몇 소비자들은 ‘이해가 안 간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레틴올 성분은 각질 제거와 피부 재생을 돕지만 과민감성이 높아 야간 사용이 권장되고, 사용 기간 내내 엄격히 자외선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에 함유된 레티놀의 양(1,000IU/g)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레티놀 0.1%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극미량 함유된 성분을 소구점으로 내세우는 마케팅이 흔하다지만, 성분에 대한 이해 없는 상품 설계는 문제가 있다.

이는 단지 더뮤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뷰티업계는 성분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 개발과 거리가 멀다. PDRN 성분의 유행에 착안한 각종 제품이 이를 바로 보여준다. 심지어 세안 목적의 세정액 제품이 ‘피부 재생’을 돕는 PDRN 성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레티놀 비비크림’만큼이나 엉뚱한 발상이다.

K-뷰티 열풍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돌이켜보면 이런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ODM(제조사 개발생산) 기반으로 브랜드 창업 문턱이 낮아졌고, 작은 몸집을 강점으로 삼은 소규모 자본 브랜드들이 지금의 시장을 만들었다. 민첩하게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여기에 감각적인 패키징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마케팅 역량이 더해져 K-뷰티를 세계 무대에 올려놨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런 혁신을 끌어낼 브랜드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쏟아지는 제품 간의 차별화 포인트는 찾기 어렵고, 캐릭터 IP(지식재산권) 협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만이 양산되고 있어서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더욱 분석적으로 변하고, 식품·제약 등 기업이 뷰티 업계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에서 ‘K’라는 글자가 주는 상표 가치가 앞으로도 지속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분 하나, 제형 하나 고민하지 않은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먼저 외면당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실제 한국인들이 쓰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브랜드가 K-뷰티의 후광을 벗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K-뷰티 시대를 지속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제형, 뛰어난 제품력,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진화하는 만큼 기업은 더욱 바빠져야 한다. K-뷰티 시대, 그 수혜를 입으려는 기업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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