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000100) 본사 옆 붉은 벽돌 건물에 들어서자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한마디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했다.
35년간 유한양행의 본사이자 공장으로 사용됐던 옛 사옥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복합문화공간 '윌로우하우스(Willow House)'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의 시간을 보존하면서도 미래 100년을 향한 비전을 담아낸 공간이었다.

유한양행은 24일 미디어투어를 열고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윌로우하우스를 처음 공개했다. 건물은 지하1층~지상 4층 규모로, 외벽과 굴뚝 등 기존 건축물의 흔적을 최대한 살린 채 내부에 새로운 기능을 더했다.
이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차분함이었다. 벽돌과 나무,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공간은 창업주의 삶과 기업의 역사를 조용히 되새기도록 이끌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이 건물은 1962년부터 35년 동안 수많은 유한인이 일하고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 온 옛 본사"라며 "벽돌 하나하나에 35년의 시간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다음 100년을 향한 공간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부터 구사옥 재단장 사업에 착수했다. 2023년 전담 조직을 꾸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고, 이후 설계와 건축 허가를 거쳐 지난해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약 20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올해 4월 준공 승인을 받았으며, 연인원 5만명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재해 준공'을 달성했다.
윌로우하우스는 크게 '유한 아카이브'와 '윌로우 그라운드' 두 공간으로 구성된다. 유한 아카이브는 유한양행의 역사와 미래 비전을 담은 전시 공간이며, 윌로우 그라운드는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편의 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2층 메모리얼홀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공간이다. 유 박사의 생애와 유한양행 창업 과정,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설립으로 이어진 사회 환원 활동이 사진과 기록물, 영상 콘텐츠로 소개된다. 전시관을 천천히 걷다 보면 '기업의 소유는 사회에 있다'는 유 박사의 경영 철학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3층 비전홀에서는 유한양행의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국산 31호 신약이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상징적으로 전시돼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주요 의약품과 연구개발 성과, 글로벌 사업 전략이 벽면 가득 펼쳐졌다.

탐색 단계부터 임상 개발까지 이어지는 신약 파이프라인 현황은 유한양행이 그리는 다음 100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처럼 다가왔다.
박찬하 유한양행 관리본부장은 "윌로우하우스는 유한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바탕으로 지난 60여 년의 기억을 간직한 사옥의 가치를 보존하고, 창업 정신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조성됐다"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열린 복합문화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신념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100년 전 한 기업가가 남긴 철학은 전시관 속 기록으로 머물지 않고, 공간 곳곳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가치로 이어지고 있었다.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래된 벽돌에 미래를 덧입히며, 변하지 않을 가치를 다시 새기는 일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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