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PB(자체브랜드)사업 상징인 ‘노브랜드’가 필리핀 철수라는 글로벌 확장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노브랜드는 정용진 회장이 강조해온 ‘가격 혁신’ 전략의 대표 주자다.
18일 필리핀 미디어인 GMA 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이마트의 현지 파트너사인 로빈슨스리테일은 운영 중인 11개의 노브랜드 단독 매장을 이달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폐점한다. 2019년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첫 진출한 지 7년 만의 전면 철수다.
현지에서는 사업 효율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결국 ‘수익성 확보의 한계’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지 저가 브랜들과 경쟁이 치열해졌고, 특히 한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노브랜드만의 차별성이 약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 필리핀 철수가 노브랜드의 해외 사업 축소를 의미하진 않는다. 이마트는 필리핀에서 철수한 자원을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유망 시장으로 빠르게 재배치하고 있다.
실제 라오스에서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4호점까지 들어섰다. 태국 방콕에서는 지난 3월 노브랜드 1호점을 오픈했다.

특히 몽골에서는 2016년 진출해 이미 안착한 6개의 대형 이마트 매장을 발판 삼아, 연내 전문점 3개 매장을 낸다. 2028년까지 15개점, 10년 내 50개점까지 몽골 전역에 노브랜드 매장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몽골은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플랫폼 다각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계열사 고객 유치를 위한 ‘가성비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대형마트 채널을 넘어 가맹점 중심의 출점으로 활로를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이마트24와 결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부터 노브랜드 상품 매대를 탑재한 ‘노브랜드 도입 점포’를 전개해 현재(5월 말 기준) 전국 2516개까지 확대했다.
4년 만에 노브랜드 전문점 신규 가맹점주 모집도 재개했다. 2024년 말 23개에 불과했던 노브랜드 프랜차이즈 가맹 점포는 지난해 말 44개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퀵커머스 접점도 넓히고 있다. 노브랜드는 지난 4월 말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통해 직영점 4곳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 달 만에 이용 가능 매장을 100곳까지 확대했다. 이는 이마트그룹 차원의 퀵커머스 확산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반면에 고물가 장기화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PB 경쟁은 넘어야 할 산이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 균일가 생필품과 뷰티 라인업 등을 확장하며 오프라인 골목 상권을 장악했고, 쿠팡은 로켓배송을 무기로 탐사, 곰곰 등 PB 상품군을 밀어붙이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PB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업계까지 PB 경쟁이 유통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이마트 내부에서도 자체 PB와 노브랜드 제품 간 역할 정리가 시급해졌다.
실제 이마트24의 노브랜드 도입 점포 확대 전략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해 말 기준 2500개 수준의 점포를 기반으로 올해 4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 운영 점포 수는 2500여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결국 마진이 남고 장사가 잘되는 쪽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며 “노브랜드가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워 유통 PB의 신화를 썼지만, PB 춘추전국시대가 된 지금 차별화된 구매 동력을 계속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7조9660억원, 영업이익 277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노브랜드가 중심인 전문점 사업부(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몰리스 등) 매출은 1조179억원,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 비중의 5% 안팎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11% 이상으로 효자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사업부 관계자는 “이번 10주년을 기점으로 고객 관점에서 꼭 필요한 상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는 노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확실한 가성비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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