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슈퍼사이클 본격화…K-전력기기, 2분기 전망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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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수주잔고가 1년 새 36%나 급증했다. 전력기기 3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전력 인프라 투자 분위기에 힘입어 역대급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누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합산 수주잔고는 약 37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약 27조4600억원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기업별로는 건설 부문을 제외한 효성중공업의 수주잔고가 20조1964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5조1000억원 대비 약 34% 증가한 수치다. HD현대일렉트릭은 78억88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61억5500만달러(약 8조5000억원) 대비 28.2% 늘었다. LS일렉트릭은 5조6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3조8600억원 대비 46% 급증했다.

이에 1분기 실적도 일제히 개선됐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은 매출 8810억원, 영업이익 1763억원으로 각각 20.5%, 39.3%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으로 각각 2.2%, 18.4% 늘어났다. LS일렉트릭도 1분기 연결 매출 1조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0% 성장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글로벌 전력 수요의 구조적 팽창이 자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력 수요량은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해 2만9000TWh를 초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전력기기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있다. 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증가율 15% 내외로 전체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도 AI 인프라 투자에 올해만 3200억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2024년 2300억달러에서 2년 새 40% 정도 늘어난 규모다.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호재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의 70%는 설치 후 25년 이상 경과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배전망의 40%가 사용 연한 40년을 넘어선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전력망 현대화를 위해 2030년까지 총 5840억유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LS일렉트릭 UL인증 배전반. /LS일렉트릭

이같은 글로벌 수요 확대에 맞춰 각 사는 현지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자회사 효성 HICO가 미국 에너지인프라 기업 콴타의 자회사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내달 법인 설립 후 오는 10월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72.5kV~800kV급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돌입한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 중 최초로 미국 현지에 변압기와 차단기 생산 거점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제품으로 유럽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 145kV SF6-Free 고압차단기 최종 승인시험을 고객 입회 하에 완료했으며, 스웨덴·덴마크에 이어 핀란드 전력회사와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F6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에 달해 EU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고압차단기에 대한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8년까지 SF6-Free 전 제품군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중동 공략에 속도를 냈다. 자사 전력시험기술원(PT&T)이 두바이 전력청(DEWA) 공인 시험소로 등록되며 중동 수출에 필요한 인증 절차를 청주사업장 내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인증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어 납품 속도와 원가 경쟁력이 동시에 개선될 전망이다. DEWA는 GCC 6개국 전력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기관으로, 중동 전력 규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2분기 전망도 밝다. 유안타증권은 효성중공업의 2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7948억원, 3182억원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93.7% 급증한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1조1077억원, 영업이익 2981억원으로 각각 22.2%, 42.5% 증가가 예상된다. LS일렉트릭은 매출 1조4764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으로 각각 23.7%, 47.0%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력기기 수요가 경기나 설비투자 사이클에 영향을 받았다면 현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현대화라는 구조적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견조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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