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완화에 숨 돌린 제약바이오업계 "공급망 안정 신호"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원료 의존 구조를 점검하고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정부는 약 4개월간 이어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임시 기본 합의안(MOU)을 마련하고 군사 행동 중단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발표와 함께 이란 해상 봉쇄 해제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침을 밝혔으며, 이란 측도 전쟁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련 합의문 서명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정상화 기대…나프타 수급 불안도 완화

업계는 이번 합의가 글로벌 물류 흐름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될 경우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부자재 공급도 점차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공급망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며 "다만 실제 영향은 합의 이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품목 중 하나는 나프타다. 나프타는 의료용 플라스틱, 수액백, 주사기 등 필수 의료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국내 나프타 수입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전쟁 발발 이후 공급 불안 우려가 지속돼 왔다.


실제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던 시기에는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월 KRX 헬스케어지수는 하루 만에 5% 이상 하락했고, 관련 종목 시가총액도 수십조 원 규모로 감소했다. 제약·바이오 업종 역시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종전 합의가 유가 안정과 무역로 정상화, 공급망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원료의약품과 각종 부자재 조달 환경이 개선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경영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원료의약품 자급화와 안정적인 수급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시장 진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을 포함한 중동 15개국에 대한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약 5억6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는 향후 지역 정세가 안정될 경우 수출 확대와 신규 투자 기회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도는 이르다"…공급망 다변화 과제 여전

다만 업계는 이번 합의가 곧바로 공급망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원료의약품(API) 가격과 물류 비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와 특정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됐다고 해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다시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료 공급처 다변화와 공급망 인프라 분산 전략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 공급처 다변화는 현재 중국과 인도에 집중된 원료의약품 조달 구조를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핵심 원료의 국산화와 내재화 비중을 높여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물류망 다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홍해나 호르무즈 해협처럼 분쟁 위험이 높은 구간 외에도 대체 운송 경로를 확보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재고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 구조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중동 사태가 공급망 안정성과 원료 자립 역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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