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5년 새 5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가해자가 사용자(고용주)일 경우 현행법상 가해자가 자신을 조사하는 ‘셀프 조사’ 모순이 발생해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 객관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가 법안 개선을 위해 나섰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19년 2,130건에서 2024년 1만2,253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전체 과태료 부과 건수(685건)의 78%(537건)가 사용자의 괴롭힘에 집중돼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의 상당수가 사용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을 가한 경우에도 현행법상 가해자가 자신을 조사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내부 지침을 통해 근로감독관이 병행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조사 의무 자체가 사용자에게 있는 만큼 만일 조사 결과가 근로감독관의 조사 결과와 상이하다면 행정 처분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다. 이에 정부 역시 ‘사용자 괴롭힘 셀프 조사 방지’를 국가 정상화 1차 과제 중 하나로 꼽으며 객관성 확보를 위한 매뉴얼 개정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셀프 조사 모순’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호 및 처벌 강화에 집중했다면 최근 22대 국회 들어 객관적인 조사 시행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주로 괴롭힘 이후 후속 조치와 실효성 강화에 집중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사용자가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재 규정을 신설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고,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보호 조치를 넘어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지원 규정을 제안하는 등 사후 구제에 방점을 뒀다.
22대 국회 들어 피해가 급증하고 ‘셀프 조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가 조사 체계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용우 민주당 의원 안은 사용자 괴롭힘 사건에서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제거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사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수진 민주당 의원 안도 노동부 장관에게 피해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두고 있다.
윤건영·이학영 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안들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시행하는 경우 최소 3인 이상을 조사에 참여하도록 하되 피해자가 추천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으며 국회가 제도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입법 행보의 연장선에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17일 일명 ‘직장 내 괴롭힘 셀프 조사 개선법’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의 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정조준했다.
우선 사용자 괴롭힘 발생 시 신고 범위를 기존 ‘사용자’에서 ‘사용자 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확대했다. 특히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가 해당 사건 조사에 개입 및 관여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체 없이 사용자를 포함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장관의 △피해자 근무 장소 변경 △피해자 해고 및 불리한 처우 금지 등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시사위크’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위원 당시부터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 온 윤 의원이 이번 법안 역시 법적 근거가 미비해 발생하는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준병 의원은 이날(17일)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자칫 사용자의 갑질을 합리화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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