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선거관리로 유권자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선거 결과보다 선거 후폭풍이 더 큰 상황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가 남긴 과제를 돌아보기보다 다시 당권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보다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 쏠리는 모습이다.
물론 정당이 선거 이후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향후 노선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비중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묻고 싶었던 것은 당 대표를 누가 맡을 것인가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역이 안고 있는 현안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국민의 삶을 바꿀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도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당 안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민심을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관심은 다시 권력으로 향했다. 승리한 정당은 당권 경쟁에 들어가고, 패배한 정당은 책임론과 주도권 다툼에 빠져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던 수많은 현안은 어느새 정치권 내부 논쟁에 가려지기 일쑤였다.
문제는 권력투쟁이 길어질수록 뒤로 밀리는 ‘민생’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다며 내세웠던 약속들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더욱이 현재 한국 정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양당이 정치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정책보다 정쟁으로 흐르기 쉽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정치가 늘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제3정당이 원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거대 정당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시도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 지형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두 축으로 빠르게 수렴되고 있다. 그 결과 정치는 타협과 설득보다 대결과 정쟁에 익숙해졌고, 국회 역시 협치보다 충돌이 일상화된 공간이 됐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정치권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안 처리는 늦어지고 정책 논의는 실종된다. 결국 정치가 멈춘 자리는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실제 국회의 입법 성적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회 의안 통계에 따르면 법률안 가결률은 △제17대 국회 25.54% △제18대 16.91% △제19대 15.67% △제20대 13.23% △제21대 11.44%로 꾸준히 하락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역시 7.44%를 기록하고 있다. 법안 발의 건수는 늘었지만 실제 국회 문턱을 넘는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치적 충돌이 집중되는 상임위원회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기준 운영위원회 가결률은 1.82%에 그쳤고 △정무위원회(4.33%)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4.36%) △행정안전위원회(4.50%) △법제사법위원회(4.82%)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공교롭게도 여야 대립이 가장 첨예한 상임위원회들이다. 정치가 뜨거울수록 입법은 차가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모든 문제를 거대 양당 체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국회의 입법 효율 저하 역시 법안 발의 증가와 정치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양당 정치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큰 정당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견제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굳어진 정치 구조 속에서 정작 양당 체제 자체를 견제할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진영 대결에 갇히고, 언론 역시 정책 검증보다 정치 공방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또 양당 구도가 강해질수록 언론은 특정 진영의 확성기 역할을 요구받거나 의심받는 일이 반복된다. 어느 순간 무엇이 옳은가보다 누구에게 유리한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견제와 균형이 약해질수록 민주주의 역시 건강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거대 양당 중심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연립정부(여러 정당이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고, 비례성을 강화해 소수 정당의 의회 진입을 돕는 나라들도 있다. 핵심은 정당 숫자가 아니다. 어느 한 세력도 정치 공간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경쟁과 견제가 작동해야 정치 역시 국민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양당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양당 독점을 견제할 장치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선이 될 수도 있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이 두 정당 사이에서만 반복되는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권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은 물가를 걱정하고, 일자리를 걱정하고,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데 말이다. 양당은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양당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대 양당이 삼킨 정치의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줄 때다. 이제는 독점을 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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