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청의 지지 확보에 나섰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역할을 당부함으로써 경색 국면에 놓인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 개선이 난망해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물꼬를 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한다. 우리 대통령이 교황을 만난 것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이다. 교황뿐 아니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도 회동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청의 지속적 관심을 당부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평화와 연대를 향한 한국의 의지를 표현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바티칸 성 바오로 대 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오랜 세월 국제사회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염원해 왔고 대한민국 역시 그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지고 세계의 연대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가 국제 평화와 다른 의미가 아니란 점을 짚은 것이다.
우리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관계 개선에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후 우리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 등과 관계 강화를 통해 진영 대결 구도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경색된 남북관계 돌파구 찾을까
지난 11일에는 이 대통령이 EU 정상과 만나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자 맹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해당 공동성명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 즉각 북한은 외무성 10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의 집권자가 거추장스럽게 쓰고 있단 평화의 가면을 벗어던졌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담화가 곧 주권침해라고 주장하며, 남북이 영원한 ‘적대적 두 관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도 북한은 주장했다.
북한의 철저한 무관심 속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도 옅어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할 것인지는 단연 관심사다. 비단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넘어 실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때 국면 전환의 새로운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 방북을 제안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강한 반발에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 서면 축사를 통해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그러나 한 때의 어려움에 실망하거나 주저 앉아 포기할 수는 없다. 비록 잠시 부침이 있을지언정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돌아오는 것은 가혹하리만치 무겁고 차가운 침묵뿐이다. 고뇌와 답답함은 깊어만 간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대화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이 위태로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바꿔내는 것”이라며 “이 차디찬 한반도의 땅에도 봄은 반드시, 그리고 기필코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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