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우리 식탁 물가도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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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남극처럼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의 ‘식탁 물가’ 역시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식료품 가격을 급등시키는 ‘기후 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구조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기후변화는 남극처럼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의 ‘식탁 물가’ 역시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식료품 가격을 급등시키는 ‘기후 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구조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1만7,240km. 남극과 우리나라 서울까지의 거리다. 비행기를 타고 40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그곳은 ‘기후변화’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남극 현장 취재 당시 매일 아침 주변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여름이라곤 하지만 28일간 남극에 머무는 시간 동안 거의 대부분 기온은 영상이었다.

하지만 남극의 기후변화는 이 먼 거리를 넘어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올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슈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폭염과 산불, 폭설 등 각종 기후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가운데 우리의 ‘식탁 물가’ 역시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식료품 가격을 급등시키는 ‘기후 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구조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관련 대응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 기후변화에 식품 물가 폭등… 2035년 30~50% 증폭 예상

“양파만 문제가 아니에요. 폭염이랑 태풍이 오고나면 과일이랑 배추, 무 전부 구하기 어려워질 텐데 걱정입니다.”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 야채와 과일 상인들은 걱정이 큰 상황이었다. 너무 빨리 시작된 여름에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면서다.

우리 정부 역시 관련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19차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농림부는 회의에서는 여름철 고온 현상 지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작황 부진을 대비, 생육 상황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빨리 시작된 여름에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19차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 사진=뉴시스
너무 빨리 시작된 여름에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19차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 사진=뉴시스

이처럼 기후변화는 우리 식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식품 물가 상승’은 직접 피부로 와닿고 있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4년 전 세계 2만7,000개 이상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관측치를 대상, 고정효과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기후 조건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했다.

분석 결과, 기온 상승은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모두에서 12개월 동안 식품 및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35년까지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전 세계 평균 식품 및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연간 0.92~3.23%p와 0.32~1.18%p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츠담 연구소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식품 물가 상승 압력은 저위도 지역에서 가장 크지만 고위도 지역은 강한 계절성을 보여 여름에 정점을 찍게 된다”며 “실제로 2022년 극심한 여름 폭염은 유럽의 식품 물가상승률을 0.43~0.93%p 상승시켰고 2035년까지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는 이를 30~50%까지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는 식품 물가 상승을 30~50%까지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코너. / 사진=박설민 기자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는 식품 물가 상승을 30~50%까지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코너. / 사진=박설민 기자

◇ 해법 찾는 국가들… 초원 복원하자 옥수수 생산량 늘고 가뭄 줄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식품 가격 상승, 농산물 생산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관련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옥수수·밀·쌀처럼 식품 산업의 기초가 되는 작물들이다. 해당 작물의 작황 부진은 국제 곡물 가격 상승, 국내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중국 란저우대학교 연구진이 3일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기후변화의 대응이 곧 농작물 안정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다. 중국 정부의 기후변화로 망가진 초원을 복원한 것이 주변 가뭄 문제 해결과 옥수수 수확량 증대를 동시에 가능케 했다는 내용이다.

란저우대 연구진은  중국 ‘초원 생태보상정책(Grassland Ecological Compensation Policy, GECP)’을 통한 대규모 초원 복원이 지역 기후 조절과 농업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GECP는 초지 사막화를 막고 목축민 소득 증대를 위해 2011년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한 생태계 서비스 지불(PES) 제도다.

분석 결과, 복원된 초원은 주변 기온을 낮추고 강수량을 11.48mm 증가시켰다. 또한 주변 기온을 0.1°C 맞춰 옥수수 발아 시기에 발생하는 고온·가뭄 스트레스를 완화시켰다. 그 결과, 옥수수의 생육 기간은 0.93일 연장됐고 수확량은 7.76% 증가했다. 작물 부족 위험은 29.5% 줄었다. 즉, 기후변화로 망가진 초원을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작물 생산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란저우대 연구팀은 “GECP의 시행으로 옥수수 생육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이 0.11°C(0.5%) 감소하고 누적 강수량이 11.48mm(2.6%) 증가했다”며 “해당 지역은 향후 20년 동안 0.5~1.5°C의 기온 상승이 예상되는 곳으로 초원 복원을 통한 기온 감소는 예상되는 온난화의 7~20%를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초원의 복원이 지역 기후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작물 수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은 대체로 간과돼 왔다”며 “이번 연구로 초원 복원 기반의 기후변화 대응 농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란저우대 연구진은  중국 ‘초원 생태보상정책(Grassland Ecological Compensation Policy, GECP)’을 통한 대규모 초원 복원이 주변 가뭄 문제 해결과 옥수수 수확량 증대를 동시에 가능케한 것을 확인헀다. / 사진=Pixabay
란저우대 연구진은  중국 ‘초원 생태보상정책(Grassland Ecological Compensation Policy, GECP)’을 통한 대규모 초원 복원이 주변 가뭄 문제 해결과 옥수수 수확량 증대를 동시에 가능케한 것을 확인헀다. / 사진=Pixabay

◇ 유전자가위도 주목 기술… 시장 불안정성은 해결 과제

첨단과학기술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식품 물가 안정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인공지능(AI)기술과 첨단바이오다. AI는 로봇 등 피지컬 AI기반의 ‘스마트농업’을, 첨단바이오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주목받는다.

특히 ‘유전자가위’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의 해답을 쥐고 있다고 평가된다. 유전자가위란 말 그대로 단백질·RNA를 포함한 유전자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핵산 분해 효소를 이용, 해당 부위 DNA의 특정 유전자를 더하거나 빼내는 과정이 가위와 유사해 유전자가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와 관련된 기술 상용화는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츠쿠바대학 연구팀은 2021년 유전자가위를 활용, GABA(감마아미노낙산) 강화 토마토를 개발했다. 또한 빠르게 자라는 복어·도미 등 유전자 편집 동물 상용화해 식량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화, 식품 물가 불안정 등의 해결책으로 유전자가위가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유전자가위 기반 작물 기술 시장은 2030년 138억6,000만달러(약 21조1,3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9.2% 수준이다. 

 ‘유전자가위’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의 해답을 쥐고 있다고 평가된다. 유전자가위란 말 그대로 단백질·RNA를 포함한 유전자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핵산 분해 효소를 이용, 해당 부위 DNA의 특정 유전자를 더하거나 빼내는 과정이 가위와 유사해 유전자가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유전자가위’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의 해답을 쥐고 있다고 평가된다. 유전자가위란 말 그대로 단백질·RNA를 포함한 유전자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핵산 분해 효소를 이용, 해당 부위 DNA의 특정 유전자를 더하거나 빼내는 과정이 가위와 유사해 유전자가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와 관련해 국내서 시선이 모이는 기업 중 한 곳은 ‘툴젠(ToolGen)’이다. 유전자가위 기술 전문 기업인 툴젠은 CRISPR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주요 9개 국가(한국, 미국, 유럽, 호주,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홍콩)에 등록했다. 국내 대표 유전자 과학자인 김진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교수가 창업한 것으로 대중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

툴젠은 지난 2023년 작물유전자교정 전문기업 ‘눌라바이오’에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눌라바이오는 기후변화 대응 및 건강기능성 작물을 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국내서 관련 시장은 불안정하다. 아직 시장에서 실제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툴젠의 주가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15일 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해 10일 4만4,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2일 기준 14만2,000원이던 주가 대비 70% 가까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툴젠 측 역시 “최근 당사의 주가 변동성 확대로 주주 분들의 우려가 크실 것으로 사료된다”며 “현재 주가 흐름이 불안한 국제 정세 및 유가 환율 급등, 고금리 지조 유지 등 불확실성에 따른 자본 시장 위축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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