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덮친 선거 후폭풍… 궁지 몰린 정청래·장동혁

시사위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방선거 이후 여야 모두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두 대표를 둘러싼 당내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방선거 이후 여야 모두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두 대표를 둘러싼 당내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6·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정치권 권력 쟁탈전은 이제 시작이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를 둘러싼 ‘책임론’과 ‘패싱설’이,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를 향한 퇴진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어느 한쪽의 완승 또는 완패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여야 모두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채 후폭풍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대표를 둘러싼 공방이 차기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정청래, ‘패배 책임’ 이어 ‘배제’ 압박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숫자상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수도권 서울을 내줬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격전지고 관심을 모았던 ‘경기도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에서 모두 후보자를 당선시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찝찝한 승리’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정 대표를 향한 책임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길 수 있는 곳을 졌고, 이겨야 할 곳을 졌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방선거 직후 정 대표가 “큰 승리”라고 자평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 대표를 향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 인식에 공감한다”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성찰할 것은 성찰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당내 평가 국면에서 정 대표가 방어적 입장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 대표를 둘러싼 부담은 선거 책임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9일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 정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반면 김민석 국무총리가 배웅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패싱설'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지방선거 이후 당내 권력 구도 변화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는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김민석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기에 송영길 의원까지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둘러싼 경쟁 구도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인사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인사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정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공표된 폴리뉴스·KNA25 의뢰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 기준 김민석 총리(20.0%)가 정 대표(18.1%)를 앞섰지만, 권리당원층에서는 정 대표가 40.2%를 기록해 김 총리(25.0%)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심의 영향력이 큰 만큼 정 대표 역시 여전히 유력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반면 최근 당내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있다. 10일 공표된 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대상 차기 당대표 양자대결에서 김 총리가 47.3%, 정 대표가 31.6%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책임론과 이 대통령의 선거 평가, 김 총리의 존재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내부 교통정리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 총리와 송 의원이 모두 출마할 경우 비정청래 표심이 분산될 수 있지만, 후보 간 단일화나 역할 조정이 이뤄질 경우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선 이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차기 지도부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 장동혁, '패배 수습' 아닌 '퇴진 전제 쇄신' 직면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민주당보다 더욱 직접적이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된 데 이어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는 공개적으로 장 대표 거취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 단위 선거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논란 등을 부각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패배 책임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는 장 대표 체제를 향한 당내 기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원내대표 후보들은 하나같이 변화와 쇄신, 당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고 장 대표 체제를 적극 방어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선거 패배 원인을 특정 지역이나 후보가 아닌 지도부 전반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된 정점식 후보가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된 정점식 후보가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10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점식 의원 역시 정견 발표 과정에서 통합과 혁신, 수도권 확장 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당 쇄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새 원내지도부 역시 현 체제 유지만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당 변화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당선이 곧바로 당 쇄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지낸 기존 지도부 인사라는 점에서 지도부 교체와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오히려 장 대표 체제에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를 장 대표 체제의 안정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데다, 선거 패배를 둘러싼 평가 역시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선거 이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 논란을 전면에 세우며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선거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한 데 이어 9일에는 전국 재선거 실시를 위한 특별법 추진 방침까지 밝혔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선거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당장의 지도부 공백은 피했지만 지방선거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 체제를 둘러싼 논쟁 역시 차기 전당대회 국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이 차기 당권 경쟁에 돌입한 것처럼 국민의힘 역시 지방선거 이후 지도체제와 당 노선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서는 친명계 내부 교통정리가, 국민의힘에서는 지도체제 재편 논의가 이어지면서 지방선거 이후 당내 주도권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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